아홉 번째 여행
신현아 지음 / 오후의소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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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여행>은 출판사 '오후의 소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그림책입니다.

고양이는 아홉번을 산다는 영어 속담에서 힌트를 얻은 걸까요?

속 표지와 같은 그림의 이 고양이는 별과 하늘과 우주를 품고 있는데요, 어떻게 아홉번의 여행을 했을까요?

"나는 그곳에 없어"

로 시작하는 첫 장에서 어두운 밤, 지붕위를 걸어가는 검은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으슥한 주차장에서!

이른 아침 시장통에서!

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가을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혼자 걷는 고양이의 외로움이 느껴지지만,

슬픔보다는 쓸쓸한 아름다움이 발걸음 뒤로 묻어납니다.

친구 고양이들이 하나 둘 더해집니다.

친구들과 모여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모습, 경쾌하지만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은 고양이의 매력을 드러냅니다.

무늬도, 크기도, 자세도, 표정도 제각각인 고양이들을 봅니다.

풀숲에 숨어 검은 형체로만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을 상상해 봅니다.

하나하나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고양이의 보드라움이 손 끝으로 전해졌습니다.

제가 고양이 집사라서 털의 감촉을 아니까 느껴진 것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작가의 애정이 그림속에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흑백톤, 세피아톤이 주는 그림의 느낌이 쓸쓸하기보다 따뜻하거든요...

 

"나는 이름없이 피고 지는 들꽃"

 

 

"나는 새벽하늘 총총한 별빛"

 

그곳에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생명,생명들...

길 위에서 짧은 생을 살다 가는 고양이들의 발걸음을 생각합니다.

부지런히 걸어가고, 또다른 생명을 낳고, 일찍 별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여행은 즐거웠고, 어떤 여행은 힘들었고, 또 어떤 여행은 예기치않게 끝나버리기도 했겠지요.

그러나,

지구에서의 여행이 너무 고단하지 않았기를 소망합니다.

그들의 여행이 행복했을거라 믿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한 고양이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와준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 그림책은 신현아 작가가 2014년에 독립출판물로 냈던 것을 재출간한 것입니다. 작가와 고양이들과의 만남이 어떻게 그림책으로 나오게 되었는지를 읽어보면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애틋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에 별 관심없는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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