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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 ㅣ 오랑우탄 클럽 25
이혜령 지음, 이윤희 그림 / 비룡소 / 2020년 8월
평점 :
☞☞ 아래 리뷰는 비룡소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작성했습니다.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
제목부터 궁금하게 만듭니다.
‘도서관 이름이 왜 브로콜리일까?’
‘그 도서관에 마녀들이 산다는 걸까?’
‘해리포터처럼 마법이 펼쳐지는 이야기일까?’
아이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본다면 이런 궁금증을 가질법 합니다.
표지그림도 환상적입니다. 책장 사이에 서있는 소녀가 쥐고 있는 책에서 빛이 퍼져 나오고 바닥에는 뱀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어요. 표지 그림의 색감과 양장본이 고급스럽고 삽화도 적절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내지도 다른 책에 비해 두께감이 있습니다. 제목부터 외양까지 어린이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브로콜리 도서관의 마녀들>은 어린이 심사위원단 100명이 참여하여 최종 당선작을 고르는 ‘스토리킹’ 공모전 본심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해요. 최종심에까지 올랐지만 당선이 되지 못했던 이 동화가 ‘어른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베스트셀러, 내가 직접 골라 읽는 신나고 유쾌한 이야기’ 비룡소 「오랑우탄 클럽」 시리즈로 출간이 되었답니다. 심사를 담당했던 어린이들이라면 좋아할 것이고, 책으로 처음 만난다고 해도 반길 책입니다. 도서관과 마녀라는 선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로 평범함과 특별함을 어떻게 버무렸을지 기대감을 부풀게 하니까요.
그럼 브로콜리 도서관이라는 이름부터 알아볼까요?
한빛 초등학교 도서관의 원래 이름은 느티나무 도서관이지만 아이들은 브로콜리 도서관이라 부릅니다. 왜냐하면 도서관 안뜰에 자리잡은 나무가 멀리서 보면 마치 브로콜리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도서관 사서선생님은 머리카락이 온통 하얘서 별명이 백발마녀 샘입니다. 왠지 마녀의 분위기를 풍긴다구요? 글쎄요. 백발마녀 샘이 진짜 마녀일지 아닐지를 미리 밝히면 재미가 없지요.
주인공 강소율은 이 학교 5학년입니다. 정의롭고 호기심은 소녀였는데 왕따를 당하면서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중입니다. 그런 소율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곳은 도서관이지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녀 치치를 만나 친구가 됩니다. 치치는 아직 정식 마녀는 아니지만 능력이 뛰어나고 인간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도서관을 찾아 오고 있어요. 자꾸 인간 세상으로 오는 치치를 잡으러 다니는 마녀 삼인방이 있습니다. 위위, 보보, 양양이 그들의 이름인데요, 브로콜리 도서관에 마녀가 넷씩이나 들락거리니 마녀와 도서관이 관계가 있는 건 맞는데 마녀가 사는 건 아닌 것 같죠? 글쎄 과연 그럴까요? 치치가 이 도서관에서 살게 되진 않을까요?
실수로 둘의 몸이 뒤바뀌게 되어 치치가 소율이인 척 하게 된 어느날, 혜수와 (소율이 몸을 한)치치가 다투다가 혜수가 책으로 변하게 됩니다. 혜수는 소율이를 왕따시킨 아이에요. 소율이가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외쳤던 기운과 대마녀가 준 반지가 만나 마법이 일어나게 되었어요. 소율이도 이제 마녀가 되는 걸까요? 책으로 변해버린 혜수는 제 몸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점점 더 궁금해지지요?
이 책은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의 여자아이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자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왕따 문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직접 겪는 일이기 때문에 친구 관게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과 책이 데칼코마니 같기만 하다면 아이들은 절망할지도 모릅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입장에서는 지옥처럼 느껴지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동화마저 현실과 같다면 어디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가 없잖아요.
작가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마녀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 질수는 없지요. 그러나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가능하기에 이 책은 대리만족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괴롭힘을 당한다 하더라도 동화에서 복수의 쾌감만 줄 수는 없지요.
욕망과 분노, 원망 같은 마음의 씨앗을 땅에 심어서 꽃을 피우는 대마녀는 소율이 마음에 있는 씨앗을 달라고 하지만 소율이는 내놓지 않습니다. 소율이를 다독여주던 백발마녀 샘의 말을 떠올립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검은 늑대와 흰 늑대를 키운단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크게 자라느냐는 네가 누구에게 먹이를 더 많이 주느냐에 달린 거고. 지금은 대마녀가 검은 늑대를 키워놨지만, 네 안에는 여전히 흰 늑대가 살고 있단다. 아무리 대마녀라도 흰 늑대를 없애진 못해. 네 마음은 온전히 네 것이야. 소율아, 너의 흰 늑대를 찾아 보렴.
소율이는 마음속의 흰 늑대를 키울 수 있을까요? 혜수는 책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대마녀의 행패로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곳이 되어버립니다. 소율이와 치치는 대마녀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뒷 부분에서 책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이 나와 그들을 도와주고 대마녀와 백발마녀 샘의 옛날 사연도 나옵니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들을 도서관으로 데려가 책이라는 환타지 세상으로 이끕니다. 작가는 몹시도 평범하고, 어떤 아이들은 관심 없어할, 도서관과 책이라는 소재에 마녀 소재를 맛깔나게 버무려 책이 마법이 되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에게 괴로움 유발 소재인 왕따 역시 극복 가능함을 알려줍니다. 이 책을 다 읽은 어린이 독자들은 마음이 딴딴해졌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치치같은 친구를 만나러 도서관으로 가는 아이들이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