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사는 숲 낮은산 작은숲 21
임어진 지음, 홍선주 그림 / 낮은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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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아주 먼 공간적 차이가 있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야기 전하는 것을 좋아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힘이 인류 지속의 원동력이었을 것으로 예상한 철학자도 있다. 인간은 입으로 전달하던 이야기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 멀리 퍼지게 했고, 그것은 오늘날 드라마나 영화라는 영상장르로 재현되어 즐기고 있다.

 

이야기를 문학이라는 장르로 한정해보자. 문학은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장르화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상상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다. 그렇기에 문학 안에는 자유가 있다. 원하는 대로 상상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 그런데 그것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떨까?

 

동화 <이야기가 사는 숲>은 이런 상황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먼 옛날 어느 나라에는 이야기가 사람 모습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 그 나라의 왕과 왕비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기를 낳았는데 사내아이였고 이름을 해마루라고 지었다. 신하들의 덕담을 듣고 기분이 좋았던 왕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역관이었다.

 

열다섯 살이 되면 왕자님은 장차... 이 세상 이야기의 수호자가 될 것입니다.”

 

이야기 따위를 수호할 자식은 바라지 않는다며 왕은 자신의 나라에서 이야기를 모두 쫓아내라고 지시한다. 왕자가 훌륭한 통치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이야기가 사라진 후 웃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이야기가 없어져서 이렇게 되었다고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사라진 이야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제목처럼 이야기는 숲으로 갔다. 왕자 해마루의 열다섯 번째 생일 날, 해마루는 노루를 쫓다가 이야기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여기서부터 환타지가 시작된다. 해마루는 숲에서 말을 걸어오는 나무들을 만나는데 왕에게 쫓겨난 이야기들이 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마루는 이야기가 뭔지도 모른다는 사실! 노루로 변해 해마루를 유인했던 달우물은 역관과 숲에서 살고 있었고 해마루에게 이야기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야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해마루는 숲 속 나무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매력에 흠뻑 빠진다. “나무 아이이야기와 노루와 왕자이야기가 은유하는 것이 자신과 달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늘 피리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p.92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사람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 같았다. 이룰 수 없는 걸 간절히 바라고, 보이지 않는 것에도 목숨을 거는 게 사람이다. 해마루는 자신도 지금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언제 다 들을 수 있을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들에 둘러싸여 미련한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이야기를 다 듣겠다고...

 

 

오랜 시간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마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동안은 전쟁을 해서라도 땅을 빼앗아 나라를 크게 키워야겠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라를 이루는 것은 그저 땅덩어리가 아니라 거기에 붙박고 사는 사람과 그 많은 목숨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게 자신이 이야기의 수호자가 되어야하는 이유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해마루가 나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왕은 아들을 찾기 위해 숲을 없애려고 했다. 나무를 베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마루는 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에게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살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돌려주겠어요. 아버지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은 이야기를 살려 낼거예요. 이야기는 사람들 속에서 비로소 제구실을 하고 또 그만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테니까요. 쓰러진 나무들, 그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어요.”

 

헛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은 숲에 쓰러진 나무로 이야기책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나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오래오래 남기겠다는 해마루의 결심은 책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이 동화는 이야기의 영속성을 소재로 한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재미와 활력을 주는 것인지, 또 그것이 계속 전해져야만 하는 이유를 말한다. 이야기가 숨은 곳이 나무였고 그 나무가 책이 되어 다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설정도 의미심장하다. 이 동화를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짚어주어야 할 부분이다. 책의 역사를 백과사전식 설명보다 이렇게 문학적으로 들려줄 때 이야기의 맛과 중요성을 더 재미있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미있는 독후활동으로 연결하면 좋겠다.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지어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저학년이라면 말로만 이야기를 지어내도 괜찮다. 어른이 재미있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술술 이야기를 풀어낼 것이다. 혹시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한 컷의 그림을 그리게 한 후 그 그림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지어보도록 해도 좋다. 상상화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경우 책의 삽화를 보고 따라 그리도록 해도 된다. 이 책의 삽화는 글과 잘 어울리면서도 다양한 그림 기법을 사용해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살려주고 있다.

 

고학년은 자신이 상상한 내용으로 짧은 동화 쓰기를 해보면 좋다. 동화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 이야기부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까지 대부분 아이들이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것들임을 상기시켜주면 된다. 구전되는 이야기의 특성과 함께 편집의 공통점을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에 부담감을 덜어주면 좋다.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쁨과 서로 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맛보는 재미는 문학의 순기능을 직접 경험해보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종이책보다 영상물을 더 재미있어 하며 직접 동영상을 만들기까지 하는데 책을 읽고 글쓰기를 유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영상 작업의 출발점이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각 장면마다 필요한 것이 스토리보드라는 것도. 영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상의 기본은 탄탄한 스토리라는 것을 인식시키면 동화 쓰기도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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