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후회없이
브로니 웨어 지음, 홍윤희 옮김 / 트로이목마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 이순간을 후회없이>는 호주출신의 작가이자 연사, 작곡강사, 가수인 브로니 웨어의 신간이다. 전작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32개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전작을 쓰면서 얻은 마음 들여다보기라는 교훈을 일상생활에서 찬찬히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52개의 꼭지로 이루어진 이유는, 152주 동안 1주일에 하나씩 읽고 독자가 자신이나 주위를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으면 비슷비슷한 말들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1주일에 한 꼭지씩 릴렉스하는 마음으로 읽은 후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응원하라고 독려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들여다보고 위로해 주라고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사랑하고 관심 가져 줄 수 있다고.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도 세밀하게 관찰하면 기뻐하고 감사하며 배울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일깨운다. 나는 리뷰를 써야하는 입장이라 책 전체를 한 번에 다 읽어야 해서 부작용이 살짝 없진 않았으나 마음에 와 닿는 글은 읽은 후 찬찬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작가는 8년 간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공통적인 후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남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대로 살기보다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열심히 일할 필요 없었는데...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어야 했는데...

친구들과 계속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행복을 허락해도 되었을 것을...

 

이 책을 2019년이 끝나가는 이즈음에 만나게 되어 위 내용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위에 해당되는 후회는 없었는지 생각해봤다. 다섯 가지 모두 조금씩 해당되지만 그 중 비중이 높은 것은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이중적인 면이 있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가족에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을 때, 가족이 받을 충격이 크다. 보통은 나쁜 감정일 때가 이에 해당된다. 그러니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가게 된다. 그러면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켜켜이 쌓여 화석처럼 굳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관계의 서먹함(일명 갑분싸)은 초래하지 않게 된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어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픈 욕구도 있지만 배설 후에 닥칠 후폭풍이 두려워 결국 넣어두게 된다. 만약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가 오면 묵힌 감정을 풀어낼 수 있을까? 떠난 사람은 풀고 가지만 남은 사람은 힘들 것 같으니 그것조차 쉽지 않을 듯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자고 말한다. 자칫 무슨 잠언집이나 자기계발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에너지가 방전된 독자가 읽는다면 이 책의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충전 퍼센트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독자가 어떤 상황과 심정인지에 따라 이 책의 독후 만족도 격차가 클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앞에서도 밝혔다시피 연말이라 그런지 1년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 스스로 겸허해지는 자세라 그런지 이런 부분이 와 닿았다.

 

p.98~99

누군가 최근 당신을 보고 미소 지었는가? 그 사람과 마주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라.

독립적으로 살 수 있을만큼 건강한가? 건강이라는 자유에 감사하라.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가? 이렇게 풍요로운 산물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대지에 감사하라.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자유로운 마음과 그 자유를 머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라.

당신이 죽는다면 그것을 알아챌 누군가가 있는가? 완전히 혼자가 아닌 것에 감사하라.

마실 물이 있는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라.

최근 웃을 일이 있었는가? 웃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라.

아름다운 인생이다. 그 인생은 당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감사하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감사는 도전의 크기를 줄이고 빛은 더하며, 더 많은 긍정적인 사람들과 상황을 당신 옆으로 끌어들인다. 감사는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다.

삶에 감사하자. 당신의 인생은 정말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가족이 있고, 고양이가 있고, 거의 매일 새 책이 도착하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어제 오늘, 평소보다 많이 웃었다. 이렇게 살아있음에 또 감사한다. ... 쓰다보니 너무 연말 분위기인가 싶기도 하다.

 

p. 230

사람들은 정확한 결과를 통제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나머지 정작 소원이 이뤄졌을 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정확히 이런 방식, 또는 저런 방식으로 이러저러한 것이 이뤄져야 한다며 통제하려 든다면, 불필요한 고통이나 저항감, 그리고 가슴 쓰린 기분만 느낄 뿐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상황을 수긍하고 신뢰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다음에 민들레 홀씨를 바람에 날리며 소원을 빌 일이 있다면, 소원이 나름대로의 길을 따라 나름대로의 시간에 이루어지도록 그냥 놓아두자. 소원이 스스로 완벽한 방법으로 성취될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당신이 원했던 방식 대신, 그 나름의 방식으로 소원이 이뤄진 것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이 부분도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작은 소원부터 큰 소원까지 너무나 통제하려드는 문제가 있다. 어떠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그림을 그리면 그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을 경우 만족도를 낮게 평가하게 된다. 자신을 너무 틀에 가두는 경향도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원하는 것이 일부분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만족하고 감사해야겠다. 너무나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이 순간을 후회없이 살자는 말에 또 너무 연연하면, 그것도 자신을 옥죄는 꼴이 되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생각처럼 쉽진 않다. 하지만 모두에 정리한 죽음을 앞둔 이들이 후회했던 것들을, 나는 그러지 않도록 해봐야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릴렉스하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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