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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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환타지 소설"

 

장아미 작가의 신간 <오직 달님만이>의 출판사 소개 문구이다.

환타지 장르는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라는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옛이야기를 읽은 적에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했다. 민담, 설화, 전래동화! 비슷비슷한 이름들이 떠오르지만 뭐니뭐니해도 예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옛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그 드라마의 소재는 은혜를 갚은 짐승이거나 한을 품을 짐승 혹은 여자였다. 물론 권선징악이 주제이고. 오싹하면서도 드라마적 재미를 주던 전설의 고향을 보려고 이불 뒤집어쓰고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전설의 고향 시청하던 때를 떠올리며 소설 <오직 달님만이>를 읽었다.

 

가히 민담과 상상력의 조화라고 하겠다. 호랑이와 이무기, 무당등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여기에 환타지적 요소도 가미되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신기한 이야기가 400여페이지에 거쳐 서술되는데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어 작가소개를 다시 봤는데 나이는 나와있지 않고, 마법사와 용, 변신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환상적인 이야기를 사랑한다  고 소개하고 있다. 젊은 감성으로 풀어낸 새로운 형식의 소설, 재미있게 읽었다.

 

간단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역모죄로 몰락한 집안의 여식 희현과 모현 자매가 유배되어 당도한 곳은 외딴 섬마을. 둘이 겨우겨우 목숨 부지하며 살아가던 그 마을에 호환이 일어난다. 산에 있는 호랑이가 자꾸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이다. 이에 마을 무당 천이는 산군이 노해서 그런 것이니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여자다. 몇 명이나 바쳐도 흉흉한 일은 그칠줄 모르는데... 당연한 수순대로 아무런 연고 없이 가난한 희현이 제물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언니 희현은 돌봐야할 자식이 있다며 거부하다가 동생 모현을 애절하게 쳐다보고, 동생이 언니를 대신하여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 형부인 단오가 길잡이를 하여 모현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는데 처제를 겁탈하려고 한다. 모현은 품고 있던 장도로 위기를 모면하려하지만 역부족. 이 때 어디선가 호랑이가 나타나 단오를 물리치고 모현은 호랑이에게 어깨를 물려 혼절한다.

 

앞부분에서 이미 이렇게 사건이 팍팍 터진다. 까무러쳤던 모현이 정신을 차려보니 관아. 호랑이 잡으러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아 모두가 죽었을 거라고 여기던 사또 홍옥이 모현을 구해 산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기이한 일이 생긴다. 호랑이에게 물린 모현의 어깨 상처는 하루만에 다 낫고, 잘생겼지만 무능했던 홍옥은 눈빛이 현현해진 늠름한 장부로 돌아온 것이었다. 여기에 무당 천이의 계략과 음모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희현은 악의 손길로 빠져들고, 홍옥과 모현, 이방인 과의 삼각 러브라인까지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촘촘하게 잘 구성되었다권선징악으로 끝날 걸 알기에 천이는 벌을 받을 것이고 모현과 홍옥이 잘 먹고 잘 살았다~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조금 달랐다. 숨겨진 호랑이와 이무기의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리뷰에 모든 걸 다 쓸 순 없다.

 

단 캐릭터 설정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을 말하고 싶다. 희현이 어릴 때부터 모든 걸 동생에게 양보하고 뺏기는 장면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는 것이 설득이 잘 안됐다. 물론 뒤에 가서는 악령이 씌여 저주의 행동을 하긴 하지만 희현의 행동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무당 천이는 처음부터 악의 존재처럼 묘사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모현은 발랄하고 자신감있는 캐릭터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인물이라서 질투심과 악의 지배를 받는 언니와는 대조된다. 모현의 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에 동네사람들이 몰려와 마을에 액운을 가져왔다며 닦달할 때 모현은 이렇게 일갈한다.

아니, 마을에 불행을 가져온 건 그대들 자신 아닌가! 무고한 소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 역시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지. 그대들은 겁쟁이야. 누구 하나 자기 힘으로 구해내지 못했어. 떠올려봐. 이 비극 속에서도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은 자들이 누구인지. 그대들의 진정한 적이란 과연 누구인지. 마을에 증오라는 독을 풀어놓은 이들의 정체를 헤아려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그대들에게 이르노니 더는 인신공양을 올리지 말기를.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약한 이를 바쳐 목숨을 부지하려 하지 말지니 다만 서로를 도와 마을을 구원하도록 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인 바.”

라고 말한 뒤 조카 미유와 함께 호랑이 등에 올라탄. 보름달이 환한 밤, 호랑이를 타고 떠나는 두 여자의 모습 뒤로 청룡의 비늘이 푸른빛을 뽐내고 있었다.

 

환타지로 마무리가 되는 소설이었지만 나쁜 이들이 모두 벌을 받았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현이 홍옥, 명 중에 누군가와 인연을 맺기를 바라는 것이 전래동화의 공식인데 그렇지 않으니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 부분은 또 현대적 결말로 해석해야할 것 같다. 이방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집단이 가진 갈등을 투사하려고 하는 짓은 언제든 있어왔다. 소설의 배경이 옛날이지만 소설속 인신공양은 오늘날 난민을 대하는 배타적 태도,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유지를 위해 힘없는 사람들의 삶은 내팽겨치는 태도와 닮았다. 소설에서는 호랑이와 용이 해결에 도움을 많이 주지만 현실에서는 호랑이도 용도 없다. 모현같은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져서 연대해야 하는 수밖에...

 

, 처음에 책표지 언급하는 것을 깜빡했다. 표지의 제목 글자와 그림 호랑이, 자매의 머리가 붉은 색인데 빛을 비추면(빛 아래에서 책을 움직이면) 금박이다. 어떤 기술인지 신통방통했고 요리조리 돌려가며 금장호랑이 찾느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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