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서평단 자격으로 리뷰를 쓸때마다 뭔가 개운치 않았다. 별로인 책을 좋게 포장해주어야 할 때는 당연히 그러했고, 괜찮은 책이었더라도 별로인 부분을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될 때도 그러했다. 이랬든 저랬든 좋게 말해 서평단, 안 좋게 말하자면 책값에 저당 잡힌 담보글이었다.

흠... 미필적 고의로 자수 비슷한 커밍아웃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데는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 때문이다. 저녁먹고 잡은 책을 단숨에 다 읽어내린후 바로 리뷰를 쓰게 만든 책이다. 글머리에 비장한 커밍아웃을 한 이유는 이 책만큼은 내 느낌 그대로 쓰고 싶어서였다.

작가 김범씨는 이 책을 첫장편으로 2012년에 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작가가 63년생, 아재다. 벌써 60이 다 되어가네, 아니 첨 냈을 당시는 50초반이었겠다.

아, 아재폄하 아니다!

좋다는 뜻이다.!!

박민규와 박현욱의 문체, 비유와 은유가 넘실대는데도 짱짱하게 살아있는 현실감, 웃다가 울리는 고난이도의 실력등등은 읽는 이에게 "으음~~ 바로 이 맛이야~~"

(김혜자의 다시다 광고삘로~~)를 외치게 만들었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 사용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으며 기어이 잠시 유튭을 틀어 종점보관소를 듣고 오게 만들었으며, 급기야 동석의 얼굴에 백현진의 얼굴이 오버랩되더니 그 후 동석은 그냥 백현진 얼굴로 쭈욱 가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윤희 닮은 현애와 그 누구도 닮지 않았지만 예쁜 동주의 얼굴은 오히려 어떤 얼굴인지 상상하지않고 읽었고, 우리의 끝순 할매는 책표지 그림 때문에 상상력이 차단되었으나 책에 묘사된 할매와의 높은 싱크로율로 합격이다!

그리고 기대된다!

대처 모든 영상 미디어쪽으로 책의 판권이 팔렸다는데 누가 동석을 연기할 것인가?? 동석을 미스캐스팅한다면 보지 않을테다!!ㅎㅎ

정말 읽으면서 낄낄거렸다. 소설 읽으며 웃은지가 얼마만인지~~ 그만큼 재미있으니 이 책은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일제말에 누명을 쓰고 떠났던 할머니가 67년만에 돌아왔는데 유산이 60억!

그걸 나눠주겠다고 하신다!!

억!! 소리날만큼 가족들 눈 돌아가고 입 못 다문다.

돈에 눈먼 사람들로 보였던 가족들의 속사연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슬슬 조짐이 있었다. 몇 줄 읽다 웃고 또 몇 줄 읽다 웃고 이랬는데 기어코 x구멍에 털나게 만드는 기술이라니... 잠깐, 그 반대인가?ㅎㅎ

끝끝내 할매와 어머니, 동석의 첫사랑 현애의 남편이란 작자들이 마누라 패는 인간들이었다! 후후후!! 심호흡이 필요했다. 간질근질, 책 읽으며 마음이 살짝 들떠있었는데 급 다운됐다.ㅠㅠ

지지리 못난 인간들 같으니라고!

여자 패는 남자들을 세상에서 젤 모자란 인간으로 평가했는데 등장인물들이 삼종세트로 출몰하니까 책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나도 넘 궁금했기 때문이다. 할매에게 진짜 60억이 있는지. 이쯤에서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축으로 60억이 중요했지 정작 돈이 등장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리란걸...

이 리뷰는 정말 맘 내키는대로 썼다. 출판사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취향에 맞게 재미있었다는 말을 좀 길게 썼으니 책이 재미있단 평가는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문장 인용으로 리뷰를 마무리 한다.

사랑은 수락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 존재 자체를 수락하는 것이다. 그 존재의 모든 허약함까지도, 그렇다.

수락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 실망하지 않게 된다. 다만 서로 연민할 뿐이다.

p.304~305

☞ 동주가 오빠 동석과 얘기할 땐 책이나 음악, 미술같은건 인용하지 않는데, 할아버지 병실앞에서 어떤 작가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라며 위 문장을 말한다. "존재 자체 를 수락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이냐? 나를 돌아보니 그랬다. 더이상 실망하지 않게 되면 연민하게 된다니! 아, 나는 아직 이 단계까지 진입을 못했다... 그리고 씉데없는데에 잘 꽂히는 나는 또 찾아봤다. 정말 이런 긴제목의 소설이 실재할까? 아님 작가가 걍 지어낸걸까?

책 속에 등장하는, 위 문장이 들어있다는 소설 제목은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사람은 다시 젖지 않는다> 헙, 진짜 있다! 작가 임영태 93년 출간! 그럼 위 문장을 또 찾아보고 싶어지는데... 저 책이 도서관 서고자료실 어딘가에 있을라나??


가장 어려울 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 말이다. 사람들에겐 그런 순간이 찾아온단다. 그때 사람들은 무서워서 진실보다는 거짓을 찾게 되지. 내가 그랬어.

(중략)

너도 참 어렵게 사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순간엔 늘 정직해야 한단다.

피하면 길은 더 없단다.

p.315

☞ 현애를 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앞에서 할머니가 해준 말을 떠올린 동석! 직구로 멋지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으나 더없이 쪽팔리고 볼품없이 해결하게 된다. 그러면 어떤가? 어찌됐든 현애를 구한게 중요하지! 정윤희 같이 예쁜 현애를 위해 첨이자 마지막으로 한 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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