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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ㅣ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평점 :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살며 도시를 떠나 본적이 없다. 아파트 생활도 20년동안 하다가 작년에 주택으로 이사왔다. 이사온 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읍이라서 시골 같지만 신도시라서 지하철뿐 아니라 상가도 밀집되어 있고 주위엔 주택보다 아파트 단지가 더 많다.
평생을 도시에 살았으나 어떤 도시를 만들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내 사는 집에 대해서만 이런저런 고민을 했을 뿐, 그것조차 아파트 시세나 인테리어에 대한 것 정도였다.
도시학자이자 건축가 최민아씨의 책 <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의 부제처럼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평소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이런 책을 만나 해보게 된다.
1장 시간과 기억이 담긴 공간은 따뜻하다 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세상 불편하기 그지 없는 도시, "파리"에 그렇게들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p.24~25
"파리를 걷다보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거리 어디에나 카페나 작은 공원이 있어 언제든지 앉아 쉴 수 있고, 도시가 크지 않아 원하는 곳 어디나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에서는 오랜 시간이 전해주는 깊이와 품격이 느껴지고, 높지 않은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따뜻한 느낌마저 듭니다. 차곡차곡 시간이 쌓인 모습과 그 도시의 모습을 아끼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파리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많은 사람이 따뜻함과 편안함을느끼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그외 도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간과 기억이 담긴 장소는 어디일까? 작가는 학교 운동장과 도서관, 기차역, 구멍가게, 골목등을 찾아냈다. 지금은 아파트촌이 잠식해버린 공간들도 있지만 그런 공간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이 만들어낸 레트로 열풍이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히트 요인중 하나가 이젠 사라져버린 향수어린 공간의 기억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정했듯이. 공간에서 따뜻함을 느낀다는 말은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어야 함을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2장 길 속에 담긴 도시 는 세계 유명 길을 사례로 가져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p.112
"걷고 싶은 길이 많은 곳, 도시 구석구석 연결하는 길이 모세혈관처럼 발달한 곳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도시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야 하고, 동네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길. 달동네에서 볼 수 있는 좁고 작은 길처럼 다양한 길이 많은 도시가 이야깃거리가 많고 풍부한 삶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서울의 육조거리를,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서울의 서울로 7017을 비교해준다. 운전을 하며 다니든 걸어다니든 그저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데만 급급했던 나로선 길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는 장이었다.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길을 빨리 지나치는 게 아니라 계절과 동네를 느끼도록 해봐야겠다.
3장의 제목은 "도시는 만남을 위해 존재한다"이다. 핵가족을 너머 점점 1인가구가 많아져가고 있다. 2017년 조사를보자면 1~2인 가구 비율이 55.3%나 되고, 아파트 거주자는 60.6%라고 한다. 도시에 홀로족의 숫자가 늘어갈수록, 아파트거주자가 많을수록 만남의 공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작가는 매력적인 도시의 주요 조건중 하나로 공원을 꼽고 있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공간도 공원이었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들도 좋았지만 그곳을 다양하게 이용하는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보며 공원이 도시에 선사하는 마법을 보았다고 표현한다.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에 있는 콘서트 홀 '카사 다 뮤지카'의 건축을 예로 들며 건물과 도시, 역사와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에 대한 중요성도 말해준다.
4장 "무엇이 사라지지 않을까?" 에서는 점점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마트 기기를 한 몸처럼 사용하는 이 시대에, 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며 스마트 도시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바르셀로나의 스마트 도시 사례를 들어 작가는, 스마트 도시의 최신 기술은 사람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환경이 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고 했다.
결국 도시 생활이란,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저 혼자 집콕하는 게 아니라 공원이든 극장이든 텃밭이든 개인들이 밖으로 나와 자연과 건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그리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래서 제목처럼 도시라는 공간은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살아 숨쉬는 곳이 된다. 도시도 사람처럼 유기체라는 것이다.
도시를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도시에서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공간에 모여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나가보면 어떨까.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책을 읽고 집 밖을 나서보면 그 전과 다르게 보일 것이다. 아우름 시리즈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 자녀와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다. 이번 책도 그러기에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