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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게 말한다
이동우 지음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심플하게 말하고 싶은가?
핵심만 요약해서 전달하고 싶은가?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누가 알려주면 좋겠는가?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읽을 것인가?
여기 귀가 솔깃해지는 책이 있다.
제목이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이다.
아, 그런데 책은 읽기 싫은데...
시간도 없고...
이런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 그 책 정리 좀 해주면 좋겠다!’
이 리뷰에서 책을 요약할 수는 있다. 그러나 100퍼센트 요약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글 마지막에 밝히도록 하겠다.
우선 작가 소개부터.
이동우콘텐츠연구소 소장이며 경희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우씨는 요약정리의 고수이다. 작가는 매주 책 한권을 10분 남짓한 영상으로 만들어왔다. 3년 넘게 네이버 오디오클립 비즈니스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동우의 10분 독서”를 진행하고 있다. 책의 핵심을 파악하여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 작가의 비법이 이 책에 녹아있다고 보면 된다.
‘요약정리의 달인이 쓴 책을 요약해준다? 오호, 거저 먹긴데’~ 라며. 급 구미가 당길 것이다.
아래는 목차이다.

1장의 10가지 법칙만 잘 따라해 본다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10가지라... 따라하기엔 너무 많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독자가 있을 줄 알고 작가는 친절하게도 각 장의 마지막에 아래와 같이 요약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정 시간이 없다면 요약페이지만 읽어도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도 좋다. 40~50쪽에 달하는 내용을 약 두 세쪽으로 요약해 놓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 훈련을 해보겠다는 의지 굳은 독자가 있다면 자신이 요약한 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교해봤는데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경우, 자신의 능력을 한탄하거나 작가를 흉보진 말기 바란다. 이 부분은 핵심요약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조금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아니? 제목이 <나는 심플하게 말한다>라면서 심플하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왜 책을 요약하라는 내용을 처음부터 강조하는가? 싶을 것이다.
요약 강조를 글의 앞머리에 둔 이유는, 1장의 “5법칙 결론부터 말할 것”에서 배운 것을 이 글에서 바로 적용해 본 것이다. 작가도 제목에 걸맞게, 독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결론이라 할 말하기 법칙을 1장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기'를 한 것이다.
책의 서두인 [시작하며]에서 작가는 “우리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말을 잘 못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편한 자리에서는 유창하게 말하지만, 애매하거나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내용을 말로 설명하거나 발표해야 할 때 잘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다면, 1장의 법칙 10가지를 따라해보는 것보다 핵심을 파악하고 요약을 잘하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말하기 책이라기보다는 심플하게 잘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론이며 그 방법들 중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요약하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의문이 또 생긴다. 요약하려면 책을 읽어야 하는데 나는 책을 잘 안 읽는데 어쩌지? 라고 걱정하는 독자가 있을 줄로 안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날강도 심보가 되겠다. 책을 안 읽고 요약을 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책을 골라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미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 작가의 방법을 자신에게 맞게 하나하나 적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자, 1장의 10가지 말하기 법칙을 읽었고 직접 해 볼만한 것도 정했는데 뭔가 허전한가?
그럼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2장은 정리의 중요성과 요약하는 방법에 대해, 3장에서는 맥락을 파악해야 핵심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 4장에서는 단순하게 살아야 집중력이 생긴다는 내용을, 5장은 종이에 손으로 직접 쓰면 브리핑이든 발표든 잘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작가가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편하지 않은 자리는 바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뭔가 발표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 자리에서 제대로 잘 발표할 수 있는 방법들이므로 직장인이 읽으면 실질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듯하다. 그런데 꼭 직장인이 아니어도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아날로그적 방법을 실천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날로그적 방법이란 5장에서 손으로 종이에 직접 써보자는 것이다. 타이핑이 아니라 손으로 썼을 때 훨씬 정리가 잘 되며 머리에도 많이 남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날로그적 방법 중 내게 크게 와닿은 부분이 있다. 4장에서 다룬 단순하게 사는 법이다. 작가가 사는 단순한 삶의 예는 이렇다. 옷을 고르는데 신경 안 쓰기 위해 양복과 셔츠를 각각 5벌씩 사서 요일별로 정해두고 입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도 항상 같은 메뉴를 먹는다고 한다. 작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먹고 입는 것을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므로 지정해 둔 것대로만 하면 단순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후욱 들어오는 부분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싼 옷을 여러 벌 사서 매일 다르게 입고 다녔다. 톺아보니 그러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쓴 게 맞다. 여러 군데에서 사들인 옷들을 코디하기 위해 꽤 신경을 썼다. 요즘은 좀 시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옷에 신경 쓰는 건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 먹는 것의 경우는, 내가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긴 한데 주부이다 보니 가족들을 위해 매일 식단을 짜야하고 매일 다른 요리들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작가처럼 한 가지로 지정해서 먹는다면 편하긴 하겠는데 가족들은 싫어할 것이라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렇지만 로망은 있다.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든 알약 하나만 먹으면 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그러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생기고 주부의 수고로움이 덜어지겠는가.
마지막으로 집중력을 키우려면 멀티태스킹과 SNS는 그만두라는 내용에서 가장 찔렸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내 생활인데 그만두긴 쉽지 않을 듯하다.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며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충분히 자야한다는 말에는 격하게 공감했다. 그런데 SNS가 문제다. 페이스북은 개점휴업 상태지만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사진이랑 책 리뷰들을 올리고 있는데 바로 그만두긴 힘들 것 같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는 매일 글쓰기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지속해야 한다. 작가가 강조한 것은 SNS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니 조용히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직접 손으로 써보며 정리하는 능력을 키워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일단 뭐라도 써보라고. 직접 쓸 때는 너무 비싼 만년필도 안 되지만 아무거나 써서는 안 된다며 펜 고르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작가는 심플하게 말하기 위해 심플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심플하게 말하는 방법뿐 아니라 그러기 위해 필요한 활동, 선행되어야 할 작업까지 작가의 경험이 총 망라되어 있다. 작가의 방법 모두를 단번에 다 해보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 중 가장 절실한 것, 혹은 쉽게 도전해 볼만한 것들로 시작해 보면 된다. 심플 라이프의 실천이 바로 책의 주제에 부합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집중력을 향상시키려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한다고 했다. 앗, 오늘도 충분히 자기는 글렀다. 지금이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하니 5시간도 못자겠다. 작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요즘 매일 출근하듯 가는 교육 때문에 수면시간이 줄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해도 좀 까칠해진 것 같기도 하다.
덧, 책 전체를 모두 요약하는 게 리뷰는 아니다. 작가도 그러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 따른다면, 핵심을 잘 정리하면 된다. 핵심에 해당하는 것들 중 내게 절실한 부분 위주로 썼고, 중언부언하지 않으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