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길목에는 詩가 있다
최형철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부라노 섬의 색]

색에서는 소리가 난다

색은 언어의 소리가 아닌
색이 태어나고 살아온
색 자신의 일생에 관한 말해 주는
신비스러운 교감의 소리를 낸다.

부라노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는다.

중략

관광객이 모두 돌아간 깊은 밤.
부라노 사람들은 피곤해하는 색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들의 소리를 다시 듣는다.

 

살짝 빛바랜듯한 빨강이 시선을 확 잡아끄는 표지사진은 부라노 섬. 그 곳은 베네치아에서 45분정도 수상버스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곳. 부라노 섬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표현한 시가 위 시이다. "부라노 사람들은 색에서 여러 소리를 듣고 심지어 노인들은 빨간 건물을 지나며 자신이 아름답게 늙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고 한다.

사진 찍고 시 쓰며 가끔 수채화도 그리는 목사라고 소개하는 작가 최형철의 책 <유럽의 길목에는 시가 있다>를 읽었다. 후끈한 열기가 사그라드는 기운이 삼삼하게 느껴질 즈음에 책장을 열었다가 가을장마 후 찾아온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오드르르하게 하는 늦은 밤에 책을 덮었다. 눈을 감고 유럽의 길목 곳곳을 천천히 되짚으며 작가의 시로 메말라가는 땅에 촉촉하게 젖어드는 단비처럼 감성을 일깨워본다.

이 책은 작가가 아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과 자작시를 엮었다. 여행사진과 시의 결합이 예상했던 것보다 잘 어울렸다. 보통 여행관련 책은 사진과 함께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에세이로 많이 쓰는데 이 책은 시로 표현하여 산문과는 또다른 느낌이 있었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작품 같고 사진이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유럽 사진은 거기서 거기, 비슷한 느낌인데 이 책에선 이탈리아 작은 섬 사진들이 정겹고 예뻤다. 책 표지도 맨 처음 소개한 시도 이탈리아 부라노 섬~~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여행관련 서적들 중에서도 이 책의 메리트는 무엇보다 '시'라 하겠다. 작가가 예술적 감성이 풍부해서이겠지만, 색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부라노 섬사람들이 색의 소리를 듣는다고 했지만 작가도 들을 수 있었기에 그들의 느낌을 알아챈 것이리라. 색에서 나는 일상의 소리를 감지한다는 건 얼마나 섬세해야만 가능한 것일까. 너무나 바쁘게 스쳐보내는 시간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색의 소리를 들어라!"
부라노 섬사람들처럼 알록달록한 곳에서 살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일상을 누릴 줄 아는 여유로운 감성때문이지 싶다.

작가에게 소개받은 이탈리아 작은 섬으로 당장 떠나고 싶다! 주구장창 여행에세이만 읽고 떠나지 못하는 나는 색의 소리를 언제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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