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당신이 계셨고 지금은 내가 있습니다 어른의시간 시인선 1
전병석 지음 / 어른의시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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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블로거에서 소개받은 시집을 구매했다. 궁금한 마음에 오자마자 읽었다. 평소 시집을 읽고 그리 공감하지 못하는데 이 시집은 달랐다. 밤이라서 그럴까? 내 상황과? 맞아서일까?

혼자

팔십이 되었어도
혼자 일어나
혼자 밥 먹고
혼자 목욕 가고
혼자 말하고
혼자 TV보다
혼자 잠자고
혼자......
혼자......
혼자......
혼자 죽는다


하필 이 시를 읽고 있는데 울 냥이가 옆에 와서 꾹꾹이를 하는 거다. 에고, 내 옆에 있는 건 너뿐이구나. 고맙다. 그래서 스며오르던 눈물이 사진 찍다 쏙 들어갔다.

 




시인은 모친을 생각하며 썼겠지...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혼자 죽는 걸.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시! 읽는 이가 몇살이든지...

'역모'는 이웃 블로그에서 자주 만나서인지 익숙해져서 처음 만나는 반가움이 조금 줄었다. 물론 처음 접했을 때는 몹시 놀라운 시였다. 오늘 읽으면서는 '운수좋은날'을 여러번 소리내어 읽었다.

운수좋은 날

봄꽃도 한철이듯
날마다 즐거울 수 없다
돌부리를 걷어찬 날이
훨씬 많다
장마철에 잠깐 걸린 무지개처럼
짧은 순간의 기쁨으로
오랜 슬픔의 날 버틴다
오늘은 기쁜 날
네가 오랜만에 전화를 하였다
네게는 사소할지 모르나
나는 그 사소한 전화로
오랜 외로움을 견딘다
늙어 혼자 살면서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전부라면
너는 믿을까

시인은 어떻게 어머니 마음을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 싶다. 아들의 심정으로 쓴 시보다 화자가 어머니인 시가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모친 살아생전에 자작시를 들려주었을까? 얼마나 좋아했을까... 아니면 그러지 못한 아쉬움에 이리도 애절한 심정을 담게 된걸까?

예전 어머니들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바쳐서라도 해주려는 태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자식에게 연연해하지 않는 쿨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타지로 아들을 떠나보내면서도 애써 담담해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날 버리고 딴 여자에게 가는 애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순정녀의 심정이었다.?보내기 싫지만 보낼 수 밖에 없다며... 잘 살아야한다며~~ 이런 마음을 아들은 알 리 없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니 엄마 맘 알아주는 아들의 편지를 읽는 심정이다. 아들이 곁에 없어도 대리위로 받았다. 내 곁에 실재하는 고양이가 한 몫하긴 했지만~ 아마도 이 시집을 읽는 이들은 나이가 많은 엄마든 적은 엄마든, 딸이든 아들이든, 각자의 엄마와 자식을 떠올리며 공감할 것 같다.

이 시집을 소개를 받을 때는 막내아들의 사모곡이겠거니 했다. 음...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 아닐까 살짝 걱정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읽은 젊은 시인들의 시와 비교해봐도 그런 느낌 없었다. 쉽고 마음에 바로 와닿는다. 꽃이 소재인 시들은 모두 마음에 든다. 그 시들은 필사를 해야겠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시들도 있다. '사모곡'이라는 단어의 진부함을 떨쳐버리게 해주었다. '사모곡', 참 아름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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