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정답은 아니야 - 세상의 충고에 주눅 들지 않고 나답게 살기 아우름 31
박현희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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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교사로 25년간 재직중이고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한 박현희 선생님의 신간 <상식은 정답이 아니야>가 출간되었다. 우리가 즐겨 쓰는 속담, 충고처럼 쓰이는 관용어구 13가지를 하나하나 뜯어본다. 딴지도 걸어본다. 바뀐 시대와 상황에 맞게 고쳐보거나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개인적 상황을 까발려 접목시키거나 시사이슈와 연결시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재미도 준다.

덕분에 공감받고 위로받은 꼭지를 소개하자면,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이다.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에 있어서나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철저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쓰인다. 작가의 고등학교시절부터 되감기를 하면서 톺아보니 끊임없이 바뀌는 관심사로 도전했다 그만 둔 일이 수도 없이 많았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가운데 30대와 40대가 지났지만, 나는 바라던 것처럼 화가나 러너, 요기나 퀼터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다양한 취미생활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들인 다양한 취미용품만이 남았을 뿐이다."

어찌나 내 상황과 비슷한지 무릎을 치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휴우, 나만 그러는 거 아니구나...'하며 늘 가슴 뒷구석에 자리잡고 깔작깔작거리던 죄책감을 뭉툭하게 만들어 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사회교사답게 한 우물만 팔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짚고 있다.

유사한 속담으로 "가다가 그만두면 아니 간만 못하다"에서도 끝을 보지 못한 시작이 남긴 숱한 잡동사니들을 보며 후회를 하고 있다. 이 꼭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아무 쓸데없는 일은 없다며 위로해 준다. 어떤 일을 시작했다고 해서 꼭 모든 사람들이 그 일에 능숙해지고 더 나아가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 빌 브라이슨의 사례는 더 고마운 인용이다. 중년의 두 남자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소재로 쓴 책, <나를 부르는 숲>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연을 가져와 이렇게 마무리한다.

"삶에는 뾰루지 짜는 것 말고도 수많은 일들이 있으니 가다 못 갈 것 같아도 일단 시작해보기로 한다. 가다 중도포기해도 할 수 없는 일이고. 어쩌면 쉬었다가 다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충고를 작가는 새롭게 해석한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고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공부에 때가 있다는 말은 학교에서 하는 공부로 한정하는 문제점이 있다. 세상 살며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스승이 될 수 있고 내 삶의 마디마디가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으므로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책 <행복한 청소부>의 청소부처럼 행복한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선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과연 그런 여건이 되는가? 독일처럼 직업별 임금격차도 적어야 하고, 일과 후에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물리적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설파했던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 우리 사회에 요원한 듯 보이고 공부할 적정한 때인 학창시절에 아이들을 주입식으로 뺑뺑이 돌리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공부에도 때가 있다"는 말은 계속 회자될 것 같은 씁쓸한 예감이 든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코 하는 상식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다. 그 말 속에 숨어있는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의심해 보자고 한다. 그리고 <루쉰의 편지> 속 그의 말로 마무리한다.

"당신이 길을 걷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한숨 자는 것도 괜찮다. 애초에 먼 길을 갈 것이라고,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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