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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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했다!!
청량리 창녀촌에서 당할뻔 한 일.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다음날 새벽에 목격한
생리하는 창녀의 고통.
뭐지?? 이 사람??

사진과 글이 함께 들어있는 여행에세이를 좋아한다. 언젠간 나도 써보고 싶다. 사진여행기의 전설과도 같은 후지와라신야의 책이 재출간되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었다. 목차를 보니 12장에 한반도! 맨 먼저 읽었다. 그런데 과히 기분이 좋지 않는거다. 계속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럼 사진부터 먼저 보자 싶었다.



희미한 듯 강렬한!
흔들리는 듯 또렷한!
촌스러운 듯 화려한!
무채색과 유채색의 대비!였다.

 

아, 이 사람 사진가였지...
80년에서 81년까지 400여 일에 거쳐 여행하고 촬영한 아시아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풀어놓은걸까? 40여 년 전, 아시아를 여행하며 쓴 글이 지금, 어떤 감흥을 줄까? 철지난 사진첩 열어보며 '그땐 그랬지' 로 급마무리 되면 어쩌나 저어되는 마음이 있었다.

강렬한 사진을 모두 본 후 다시 읽기를 시작했다. 작가의 고국 일본을 제외하고 마지막 여정의 한국을 먼저 읽었으니 그럼 거꾸로 읽어보자 싶었다. 나는 작가의 코스와 역순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거다!!

도시별로 가장 사람이 많고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번화가나 시장, 식당, 혹은 창녀촌을 찾아다니고 그때그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하고픈대로 행동에 옮긴다. 예컨대 이럴 정도다. 터키에서 본 창녀사진의 실제 모델을 찾아서 이미 지나왔던 곳(무려 450km)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물어물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가 있는 곳 근처까지 갔으나 실체와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그녀는 죽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죽음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는 실은 남자였던 것!

티베트 심산의 협곡 속 절에서 보낸 21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휴대폰도, 길찾기 앱도 없던 시절! 그저 버스기사가 알려준 간단한 설명만으로 찾아들어간 곳.
작가는 그 곳에서 의도치 않게 단식을 하다가 이런 낙서를 썼다.
"밥을 먹으며 자살을 생각했다"
그 곳 스님들이 먹는 음식을 그는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음식설명을 읽어보면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

이런 음식들을 역겨워하다가 엿새째 날 혀의 혁명을 경험한다. 갑자기 맛이 느껴지며 맛있었다고!! 2주일쯤 지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먹게 되었단다. 그 산사에서 적응되는 인간, 유혹당하는 인간을 경험하고 떠나오던 날 노승의 사진을 찍게 된다. 노승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듯한 순간을 포착하려 카메라를 든 것이다. "노승의 미소는 무섭도록 조용히" 자신을 허용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사람들도 그 미소를 꼭 보길 권한다.

그의 글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피' 그리고? '냄새'이다. 물론 사진가이기에 색감도 중요하지만 방문한 곳, 만나는 사람들은 다 달라도 그가 잡아낸 것은 그 곳만의 독특한 냄새이고, 피로 연결된다.

 

<이스탄불, p45>

무르익고 부패하고 도시나 대지의 냄새와 혼동될 만큼 발효되어 마침내 도시의 냄새, 천지의 냄새가 되어버리는 그 뻔뻔하고 유들유들한 냄새. 이것이 동양의 냄새일까? ...... 여자가 짐승처럼 킁킁대며 몸을 뒤척였다. 영문 모를 냄새의 씨앗들이 꿈틀거린다. 그 때 문득 머나먼 이국의 하늘과 한 줄기 피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작가가 여행한 반대의 코스를 돌아 일본에 당도했다. 400일의 기간을 압축하여 며칠만에, 그것도 37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왔다. 이제, 이 책을 재출간한 이유를 알겠다. 그가 쓴 글은 시공간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본능에 대한 통찰, 동양의 종교들에 대한 비교와 사색, 그리고 다시 '나'와 조국에 대한 고뇌에까지 이른다. 긴 시간 돌고 돌아 다시 원점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 아니겠는가.


<동양방랑>은 사진 찍고 글쓰기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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