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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이 왜 이렇게까지 심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편을 가르고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고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프랑스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두대와 욕조를 읽으니 묘하게 지금의 세상과 겹쳐 보이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1793년 프랑스 낭트라는 공간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였어요.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존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었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몇 줄의 문장으로 지나갔던 사건들이 소설 속에서는 한 사람의 삶으로 다가오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주인공 시몽 역시 그런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가족을 잃고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데요.
그가 겪는 일들을 따라가다 보면 복수라는 감정도 이해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사람이 분노에 휩싸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전쟁에서는 승리하는 쪽이 결국 옳은 것으로 남는다는 식의 논리가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이상하게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정말 결과만 좋으면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은 모두 괜찮은 걸까요?
혁명과 국가라는 거대한 명분이 붙는 순간 평범한 사람이 저지르기 어려운 일까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모습이 꽤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낭트의 감옥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고요.
사람에게서 희망을 빼앗아버리는 공간이 과연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면서 읽는 내내 분위기가 꽤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몽이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모습은 묘하게 힘이 되더라고요.
결국 거대한 권력 앞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겠죠.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과정이었습니다.
혼자서는 너무 약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하니 이야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단순히 옛날 이야기를 읽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집단에 휩쓸렸을 때 얼마나 쉽게 판단력을 잃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자기 생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인간은 무엇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가 하는 질문이 계속 남았습니다.
1793년 낭트라는 낯선 공간으로 들어가 역사 속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으실 것 같아요.
특히 역사와 스릴러가 섞인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페이지가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읽고 나서 바로 잊히지 않는 역사소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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