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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조건 :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
네후네 하야세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6년 5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요즘 가장 어두운 순간이 지나면 곧 좋은 일이 온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어떤 날은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가 또 있는 것 같고,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더 힘든 일이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이라는 게 무조건 상황이 좋아지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네후네 하야세의 입주 조건 옆집에 사는 이웃과 반드시 친하게 지내세요는 단순한 공포 소설이라고 보기엔 꽤 많은 생각거리를 남기는 작품이었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제목부터 조금 수상했습니다.
옆집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야만 입주할 수 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조건일까 싶었거든요.
주인공 다카히로는 삶에 지칠 대로 지친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보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거의 사라진 상태.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상한 맨션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옆집 이웃은 매일 밤 섬뜩한 괴담을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참 묘했어요.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식이 아니라 텅 빈 엘리베이터에서 정원 초과 경고음이 울린다거나,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이불이 저절로 부풀어 오른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그래서 더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괴담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착각이라고 넘길 수 있었던 일들이 점점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변해 가고, 주인공 역시 자신을 둘러싼 공포의 정체를 추적하게 되죠.
특히 사건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작은 단서들이 나중에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래서 일본 호러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가 싶을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됐던 장면은 엘리베이터 에피소드였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좁은 공간에서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
무엇보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공포보다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서로에게 무관심해진 사회, 그리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불안감.
어쩌면 작품 속 괴물들은 그런 감정이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무섭기만 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의외일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의 의미와 고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꽤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공포와 메시지를 동시에 잡은 작품을 만난 느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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