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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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중학생이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소니나 파나소닉 워크맨 하나만 있어도 학교에서 은근히 주목받던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정말 뭐든 다 잘하는 느낌이었고, 괜히 일본 제품을 들고 있으면 세련돼 보였던 기억도 납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자드나 스마프 CD를 고르면서 “와, 일본은 진짜 넘사벽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제 마음이 아직도 선명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예전에 그렇게 잘나가던 일본 기업들이 다 어디로 갔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일본 대리점 직원들 연봉이 한국보다 낮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잘못 들은 줄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그 화려했던 시절 뒤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됐을까 궁금해졌고, 그 답을 찾다가 이 책을 읽게 된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1985년 플라자 합의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읽다 보니 이게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어떤 경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수출로 버티던 일본 경제가 흔들렸고, 그 와중에 낮은 금리에 취해 부동산과 주식에 몰두했던 분위기가 자세히 나오는데요. 그때는 다들 잘 살고 있다고 믿었겠지만, 사실은 위험한 균형 위에 서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버블이 터진 이후 청년들이 겪은 현실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정규직 자리가 줄어들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당연해진 사회 분위기가 지금 우리 모습이랑 너무 닮아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저가 햄버거 세트가 유행했던 이유도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부분에서는 괜히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이야기는 읽으면서 계속 멈춰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풍요로운 사회인데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결국 불안과 부담 때문이라는 점이 지금과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일본의 과거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책장을 넘기는 손이 느려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의 해결책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너무 과감해서 현실성이 있을까 싶은 제안도 있었지만, 적어도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말한다는 점에서는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에 나온 생존 매뉴얼 부분은 의외로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라나 시스템을 탓하기 전에, 각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일본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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