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율신경계 사용설명서 -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는 당신을 위한
김찬 지음 / 바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 들어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흔이라는 숫자가 그냥 나이 하나 늘어난 게 아니라, 몸 어딘가에서 조용히 방향을 틀어버린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에요. 예전에는 “아직은 괜찮겠지” 하고 넘겼던 이야기들이, 요즘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40대에 들어서자마자 몸이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이미 하루를 다 써버린 느낌이고, 점심만 먹었다 하면 머리가 멍해져서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지 않으면 오후가 통째로 무너지는 날도 많아졌고요.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방금 하려던 일을 잊고 한참을 서 있는 날엔 괜히 마음이 처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하게도 병원에 가면 늘 “정상”이라는 말만 듣게 됩니다. 오히려 몸 나이가 실제보다 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뻐야 하는데, 왜 이렇게 억울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힘든데 아무 문제도 없다니, 그럼 이 피곤함은 제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인 걸까요. 제가 유난스러워진 건 아닐까 괜히 자책도 해보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자율신경계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 보니 그동안 제가 쉬어야 할 시간에도 스스로를 계속 몰아붙여 왔다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식사 후에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몸을 쉬지 못하게 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생활이 쌓이면 결국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책에서는 몸이 이유 없이 아픈 상태를 자율신경의 혼란으로 설명해 주는데, 그 이야기가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병명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구나 싶었거든요. 특히 장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설명을 읽으며, 스트레스만 받으면 배부터 아팠던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해됐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당장 몸을 고쳐야겠다는 결심보다는 제 자신을 조금 덜 몰아붙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불안하고 예민한 것도 어쩌면 나약함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유 없이 지치고, 설명되지 않는 불편함 속에서 혼자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이 작은 힌트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적어도 “내가 이상한 건 아니구나” 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계기는 되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강력 추천 드려요! 좋은 것은 같이 누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