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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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예전에 다녀온 런던과 파리를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같은 유럽 도시라고 해도 제가 느낀 분위기는 정말 딴판이었던 것 같아요. 런던은 좀 울퉁불퉁하고 허술한데도 질서라는 게 묘하게 살아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거든요. 낡은 벽돌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어도, 뭔가 최소한의 규칙은 지켜지는 곳 같다고나 할까요. 반면 파리는… 정말 뜨거운 뭔가가 속에서 계속 뒤집히는 용광로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람들도 감정이 격하고, 도시도 늘 끓어오르는 것 같아 숨을 고르기 힘들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은 예전부터 꼭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이었는데요, 디킨스가 이런 역사 배경의 묵직한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더라구요. 사진도 없던 시절의 런던과 파리를 소설 속 장면으로 엿보는 재미가 은근히 컸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 사람들은 이런 풍경 속에서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생 앙투안 거리 앞에서 사람들이 깨진 와인 통을 바닥에서 핥아 먹는 장면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과장된 묘사인 줄 알았는데, 곧 이어질 폭풍 같은 혁명을 예고하는 장치였다는 걸 알고 괜히 소름이 돋더라고요. 분노가 폭발하면 도시라는 게 얼마나 쉽게 미쳐 돌아갈 수 있는지… 길로틴 앞에서 환호하는 군중 묘사는 읽는 저까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에브레몽드 후작이 아이를 치어 죽여놓고도 금화 하나 던지고 말들이 다치진 않았는지 걱정하는 장면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어요. 이런 일이 그 시대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약한 사람들은 늘 희생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피하고… 이게 어디까지 이어질까 싶더라고요.




무서웠던 건 억압받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난 뒤 보여주는 잔혹함이었어요. 마담 데파르주가 뜨개질로 살생부를 적어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으스스했습니다. 그녀가 겪은 상처는 이해가 되지만, 복수의 화살이 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향하는 순간, 정의라는 이름도 언제든 뒤틀릴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었어요. 이런 악순환이 과연 어디에서 끊어질 수 있을지, 제대로 고쳐질 수 있기나 할지 문득 고민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끝에서 제 마음을 완전히 가져간 건 시드니 카튼의 선택이었습니다. 늘 술에 젖어 살아가는 인물이라 처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루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장면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이렇게도 달라지게 만들 수 있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결국 ‘두 도시 이야기’는 혁명의 광기 속에서도 인간다움이 어떻게 남아 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분량도 있고 고전이라 살짝 겁먹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버렸습니다. 읽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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