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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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경제서와 역사서에 익숙한 제 독서 루틴이지만, 가끔은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이야기가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신간 목록을 훑다가 눈길을 강하게 끄는 한 권을 발견했어요. 바로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제목부터 이미 어떤 온도감을 품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어 조용히 펼쳐보게 됐습니다.


이 책은 하나의 장편이 아니라 여섯 개 에피소드가 느슨하게 이어지는 구조인데, 이야기가 따로 노는 듯하면서도 결국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다시 모여드는 방식이 꽤 정교하더라구요. 읽다 보면 인물들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감정의 흐름 위에 있었다는 사실이 슬며시 드러납니다.




배경이 되는 가케가와역은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경계로 기능합니다. 특히 ‘기적의 개표구’라는 장치는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오가게 하며, 독자가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도록 이끌죠.




저를 가장 흔들어놓은 건 인물들의 결이었습니다. 화려함 없이 소박한 사람들이어서인지 감정의 여파가 더 생생하게 와 닿아요. 남편이 남긴 퍼즐을 풀기 위해 열차에 오르는 미키의 서사는 직접적으로 울컥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도 묵직한 울림이 스며듭니다. 하루카를 다룬 단편에서는 모성이 겹겹이 쌓이며 독자를 천천히 잠식하고요. 은퇴한 철도원 켄은 여섯 이야기의 축이 되어 ‘종착역’이라는 장소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기다림’을 단순한 감성 장치가 아니라 인물들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는 점이에요. 기다림을 상실의 시간으로만 보지 않고, 마음이 가라앉고 다시 정리되는 숙성의 단계로 보여주더라구요. 저 역시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며 여러 의미의 ‘종착역’을 생각하게 되는 시기라 더 와닿았습니다.


잔잔하지만 오래 남는 온도의 소설을 찾으신다면, 이 책은 꽤 깊은 여운을 남길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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