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아이들 다봄 어린이 문학 쏙 7
바르샤 바자즈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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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인도 사회에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습니다. 근대화와 민주주의의 확산 속에서 제도적 불평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이어지는 전통적 위계 질서를 당연한 질서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자신보다 낮은 집단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를 사회적 관습쯤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수드라는 제도적으로 낮은 지위에 속하며 주로 육체 노동에 종사해 근근이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회적 ‘최하층’이라 불리는 달리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위치일 수 있습니다. 달리트는 흔히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사회로부터 배제와 멸시를 받아왔습니다.


이 책이 집중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물’입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자원이자 생존을 결정짓는 물이, 인도의 빈민가에서는 단순한 생활 필수가 아니라 곧 권력과 특권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이나 주거 문제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회의 분배에도 잔혹하게 작동합니다. 저자는 물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며 겨우 탁한 물을 긷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현실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수도꼭지에 마리골드 화환을 걸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장면은,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이 체념 속에서 신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사회적 투명성이 취약하고 빈부격차가 심한 지역일수록 권력기관과 범죄 세력이 결탁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는 인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작품 속에서 민니의 오빠가 물을 빼돌리는 마피아의 부패를 목격한 뒤 협박을 당하고, 결국 뭄바이를 떠나 델리로 피신하게 되는 서사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카스트 제도의 불합리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민니가 상류층 아파트에서 일하면서 동갑내기 소녀 핑키를 만나는 순간입니다. 마치 궁전 같은 핑키의 집은 압도적인 부와 권력을 과시하며 두 소녀의 삶의 격차를 단번에 드러냅니다. 그 화려한 집안이 지닌 비밀과 서사의 흐름은 독자가 직접 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즐거움을 위해 여기서는 언급을 아껴두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니는 가난이 지워버리지 못한 배움의 열망을 간직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탐독하고, 학교에서 배우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모습은 교육이야말로 불평등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희망임을 상징합니다. 선생님과 사서의 도움으로 다시 학업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배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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