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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3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고등학생 때, 저는 교과서의 한 구석에서 스페인 독감과 흑사병의 기록을 접했지만, 그것을 그저 오래전 낯선 시대의 비극으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중세라는 먼 과거에 국한된 사건일 뿐, 내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일상을 거침없이 뒤흔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코로나가 세계를 순식간에 휩쓸던 초반의 긴장감 넘치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태국 또한 2020년 초,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을 거쳐 전염병이 번지던 시기에 한 달 이상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고, 오후 10시 이후 통행금지가 내려졌으며, 식당과 마사지숍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리외 의사가 건물 수위 미셸이 고열과 부종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잃는 장면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도시 전체를 덮칠 전염병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리외는 이 죽음을 통해 병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결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의료적 대응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당국은 처음에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사태를 축소하려 하고, 사망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비로소 긴급 사태를 선포하며 도시를 봉쇄합니다.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어린아이가 페스트에 걸려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명을 잃는 순간입니다. 파늘루 신부가 이 죽음을 목격한 후, 고통조차 신의 섭리라 설교하는 장면은 오히려 신의 정의에 대한 의문과 인간의 윤리적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도시는 사이렌 소리, 화장터의 연기, 총성이 교차하며 지옥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그럼에도 일부 인물들은 저항과 연대의 길을 선택합니다.
저는 《페스트》가 정의를 고정된 이념으로 제시하는 대신, 상황에 따라 재구성되고 끊임없이 실천되어야 하는 과제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었습니다. 침묵을 깨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선택이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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