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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영국사 - 단숨에 읽는 영국 역사 100장면 ㅣ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고바야시 데루오 지음, 오정화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 개인적인 여행 계획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저희 가족은 은퇴 후 약 2년 동안 유럽을 장기적으로 여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그 여정에서 핵심적인 목적지 중 하나가 바로 영국입니다. 단순히 관광 정보를 얻고자 한 것이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역사적 뿌리와 과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죠.
책은 로마 제국이 유럽 전역을 지배하던 시기에서부터 현대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역사를 220여 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주제별로 압축해 담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는 연표가 정리되어 있어 여행 도중 간편하게 참고하기에도 매우 유용했습니다. ‘내 손안의 역사’라는 제목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었고, 실제 여행자를 고려한 구성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섬 위에서 피어난 대륙 문화’의 장이었습니다. 영국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대륙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것을 단순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섬나라만의 특성과 결합해 독창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로마가 브리타니아를 식민지화하면서 하드리아누스 성벽 같은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바스 지역에는 공중목욕탕, 신전, 극장 등 로마식 문화를 심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후 앵글로색슨족과 노르만족이 차례로 지배하면서 이러한 문화적 유산은 혼합과 변형을 거듭했고, 오늘날 영국의 법과 정치 제도, 건축 양식 등 근대적 시스템의 기초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북유럽 국가로서의 기원과 위기’를 다룬 장이었습니다. 앵글로색슨족, 바이킹, 노르만족의 등장은 영국이라는 국가의 형성과 해체 과정에서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마치 한반도의 삼국이 통일을 향해 치열한 경쟁과 연합을 반복했던 것처럼, 영국 역시 7왕국 체제 속에서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며 점차 국가적 틀을 세워 나갔습니다. 다만 이 시기 왕권은 아직 전국적 권력이라기보다는 지역적 영향력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이후 바이킹의 잦은 침입은 영국 사회에 정치적 불안을 심화시켰으나, 동시에 해양 항해술과 무역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요소를 가져다주어 이후 영국이 강력한 국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단연 ‘해상 제국의 부상’입니다.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을 때마다 흡입력이 느껴졌습니다. 16세기 후반,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은 스페인과 치열한 패권 경쟁 속에서 프랜시스 드레이크 같은 공인 해적을 활용하여 해상 지배권을 넓혀 나갔습니다. 이는 단순한 해적 행위가 아니라 국가 전략과 상업 활동이 결합된 형태였으며, 영국의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동인도회사는 단순한 무역 집단을 넘어 군사적·외교적 영향력까지 행사하며 세계 제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수단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느낀 점은, 앞으로 영국을 여행할 때 마주하게 될 사회적 갈등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뚜렷한 문제 중 하나는 이민자와 기존 영국인 사이의 격차, 그리고 정체성의 균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의 유적과 역사를 품은 공간 속에서 만나는 현대의 사회 문제는, 저희 아이에게 글로벌 시대와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생생한 학습의 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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