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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머의 지식 - 9가지 질문으로 읽는 숨겨진 세계
윤수용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각 나라가 걸어온 역사적 궤적—환경적 조건, 정치적 갈등, 종교적 배경—은 그 사회의 문화적 기질을 빚어내는 토대가 됩니다. 이는 우리가 여행지에서 혹은 국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왜 저 나라 사람들은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궁금증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의문은 잠깐 떠올랐다가 금세 사라지지만, 『시선 너머의 지식』은 그 질문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합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사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출장지나 고객사와의 대화 중, 특히 술자리에서 싱가포르 이야기가 유독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이 나라는 엄격한 사회 규범과 위반 시 가차 없는 처벌로 유명하며, 일반 대중에게도 이미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이죠.

싱가포르는 성과 중심의 사회 구조를 바탕으로, 개인이 어린 시절부터 학업·지위·경제적 성취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러한 초경쟁 환경은 사회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가하며, 공공예절과 상호 배려의식이 점차 희미해지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에 정부는 질서와 규율을 유지하기 위해 세세한 생활 영역까지 법과 규정으로 관리하며, 사소한 무례조차 언론을 통해 크게 부각시켜 사회적 경각심을 높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 높은 인구 밀도로 살아가는 우리 사회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역시 여유가 부족하고, 교육과 경쟁의 강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일본의 사회적 특성을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던 점 중 하나는, 방송 매체에서 유독 하얀 피부의 서양인 모델이 빈번히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외모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정체성 콤플렉스와 서구 중심적 시각의 산물로 분석합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급격한 개방과 함께 서구의 과학기술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국 문화에 대한 열등감과 서구에 대한 동경이 동시에 자리 잡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일본 사회는 타자의 시선을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메이와쿠’ 문화와도 맞물려 있는 듯합니다.
『시선 너머의 지식』은 세계를 이해하는 지적 지평을 넓혀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역할도 합니다. 각국의 문화와 사회 구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그 속에 비친 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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