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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 - 문학의 숲에서 경제사를 산책하다
신현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5년 7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경제적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소비의 판단, 고용 시장의 변화, 금융 위기의 여파, 자산의 흐름 등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직격하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학문적 탐구의 영역을 넘어, 인간 생존의 조건을 해석하는 ‘실존의 학문’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느껴집니다.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은 이 같은 관점을 본격적으로 제시하며, 독자의 사고 전환을 유도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 이론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알려진 문학 작품을 매개로 하여, 경제사 속 굵직한 전환점을 생생히 재조명합니다. 17세기 튤립 투기부터 시작해 남해회사와 미시시피 버블, 19세기의 산업화 물결, 20세기 대공황과 신자유주의의 부상, 그리고 21세기 들어 AI로 인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까지.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거품과 붕괴의 서사는 인간이 경제라는 힘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경제는 곧 인간의 욕망이 만든 흐름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하죠.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악마의 오줌과 파생상품의 탄생’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챕터였습니다. 이 장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를 단순한 역사적 일화로 보는 시선을 넘어서, 오늘날 파생상품 구조의 원형으로서 분석합니다. 튤립이라는 하나의 희귀 자산이 어떻게 미래의 가격을 거래하는 선물계약으로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금융 상품화되었는지를 통찰력 있게 서술합니다. 과거의 투기 광풍이 오늘날 금융 시장의 그림자를 예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또한 ‘양극화의 터널에 갇힌 산업혁명이란 이름의 전차’라는 장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산업혁명은 흔히 기술 진보와 인류의 진화로 기억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노동 착취와 소득 불균형이라는 그늘이 존재했습니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북과 남』을 인용하며, 산업화가 낳은 지역 간 격차와 계층 간 갈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합니다. 북부의 산업 도시와 남부의 농업 지역이 보여주는 대비는, 오늘날 첨단 기술로 인한 직업 소멸 문제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특히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중숙련 이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과거의 산업화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은 진보했지만, 인간이 겪는 고통은 반복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무겁게 다가옵니다.
궁극적으로 『개츠비의 위험한 경제학』은 경제를 인간 감정과 본성이 얽힌 복합적 결과물로 해석합니다. 기술이라는 외피 아래, 욕망과 불안, 탐욕이 어떻게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고 무너뜨리는지를 문학과 역사 속 사례를 통해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서를 넘어, 독자에게 ‘경제를 읽는 눈’, 즉 이코노미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안내서입니다.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통찰을 제공하고, 반복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필독서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