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퍼즐 - 기술봉쇄의 역설, 패권전쟁의 결말
전병서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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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후 독서 후 남기는 리얼서평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국제 질서는 단순한 군사력의 대결이 아니라 화폐 주도권, 공급망 지배력, 데이터 통제권을 둘러싼 복합적이고 비가시적인 충돌의 무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간의 패권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자산 가치와 생존 가능성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자본은 단순한 경제 수단을 넘어 정치적 지렛대이며, 이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조건과 방향도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차이나 퍼즐』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세계 질서의 변곡점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해독 장치로 작용합니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의 통화 전략이 세계 경제 구조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하며, 미국의 달러 패권 체제와 그 한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책에서 언급되는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는 오늘날 국제금융의 가장 핵심적인 구조적 모순을 상징하는 개념입니다. 미국이 세계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공급을 확대할수록, 역설적으로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해지고 경제 불균형이 누적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모순은 미국 금융 패권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며, 중국은 이 틈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미묘한 지정학적 긴장 구조를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중국 경제의 한계와 구조적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단순히 고속 성장의 동력에 대한 찬사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을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성장률 5~6%를 유지하고 있다는 수치에 함몰되기보다, 그것이 정상적 수렴의 결과인지, 아니면 인위적 부양 정책의 산물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에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 통화 공급 확대, 보조금 정책 등은 일시적 회복세를 연출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 체질 개선 없는 성장은 오히려 리스크의 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설득력 있게 제시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대만을 둘러싼 기술 패권의 전장입니다. 단순한 영토 문제나 민족 통일의 차원을 넘어, 반도체를 매개로 한 기술 안보의 핵심 거점으로 대만이 조명됩니다. 특히 TSMC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이자,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긴장의 접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만을 군사적 거점으로, 중국은 경제적 자립의 열쇠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중적 시각이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극적인 복합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전략적 제언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합니다. 중국을 일방적인 적대 국가가 아닌 ‘경쟁적 협력자’로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미국 없이는 중국의 도약이 어렵고, 동시에 중국 없는 미국의 균형 유지 또한 어려운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떤 외교적 태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감정이 아닌 이익과 생존에 기반한 전략적 사고, 그리고 충성심이 아닌 현실적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매우 시의적절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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