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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일본 -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일본 ㅣ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나리카와 아야 지음 / 틈새책방 / 2025년 5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일본을 여러 차례 여행하면서 주요 도시들을 일종의 도장깨기처럼 순회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쿄에서 출발해 오사카, 훗카이도, 그리고 후쿠오카까지—지도로 치면 일본의 큰 줄기를 빠짐없이 짚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묘한 허전함이 가슴 한켠에 남곤 했습니다. 왜일까요. 아마 표면적인 경로와 명소 위주로만 스쳐 지나가며, 그 도시 고유의 ‘생활 결’ 혹은 진짜 얼굴에 닿지 못한 채 떠났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나리카와 아야의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저에게 일종의 각성이자 성찰의 계기를 안겨준 책이었습니다. 짧은 일정 속에서는 결코 마주하기 어려운 일본의 깊숙한 문화적 속성, 현지인의 시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국민성이 일관되고 균질적이다’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 덩어리로 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지역마다 기후, 생활양식, 언어적 정체성,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층위를 품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예컨대, 도쿄의 표준어와 오키나와에서 쓰이는 방언은 구조적으로도 서로 큰 괴리가 있어, 실질적으로는 별개의 언어로 여겨져도 무방하다는 서술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동질성의 이상’ 역시 책 전반에 걸쳐 비판적으로 조명됩니다. 집단에 녹아드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 주변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느껴지는 이질성에 대한 무의식적 불편함이 일본 사회 전반에 뿌리내려 있다는 점이 부각됩니다. 이른바 ‘튀지 않는 것’을 중시하는 정서가 때로는 개인의 자율성보다 더 우선시되며, 그 결과 다수로부터 분리된 존재는 여전히 낯설게 여겨진다는 지적은 오늘날 혼밥 문화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통찰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특유의 ‘갈등 회피’ 방식입니다. 사회적 문제나 이슈를 드러내기보다는 조용히 덮어두고 무마하는 경향—이를 두고 저자는 “악취 나는 곳에 뚜껑을 덮는 방식”이라고 표현합니다. 성차별이나 인종 문제, 정치적 불공정과 같은 중대한 의제조차 표면 위로 드러나기보다 암묵적으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체면을 중시하고 사회적 균형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로, 한국 사회의 보다 직설적인 갈등 해결 방식과는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책은 일본 사회가 경쟁에 대해 갖는 미묘한 태도에도 주목합니다. 다툼이나 갈등을 피하려는 성향은 결과적으로 경쟁 자체에 대한 회피로 이어지며, 이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불편해하는 분위기로 확장된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실제로 업무 차 일본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기업 환경처럼 ‘치열함’이나 ‘혁신’에 대한 열망보다는, 정해진 방식과 틀에 맞춘 운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는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보아야 할 현상은 아니지만,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꽤 흥미로운 관점이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토대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한 여행 정보서가 아닌, 일본이라는 사회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깊은 사유와 풍부한 통찰을 동시에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일본을 좋아하시거나,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그 사회를 들여다보고 싶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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