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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우주 이야기 ㅣ 5분 이야기
개비 도네이 지음, 별난고래 학술국 옮김, Mona K 일러스트 / 별난고래 / 2025년 6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책이 미치는 영향력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력과 감수성의 틀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내용의 질'과 '자극의 방향성'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가능한 한 다채롭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접하게 해주려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저희 아이는 의외로 이른 시기부터 과학, 그중에서도 천문학과 물리, 화학 영역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그 관심을 더 깊이 확장시켜줄 수 있는 책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서점에서 Gabby Dawnay 작가의 『5분 우주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첫인상부터 확신이 들었습니다. 별난고래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겉표지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이 충분했고, 책장을 넘기자마자 단순히 ‘5분 만에 읽는 짧은 이야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밀도 높은 내용 구성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페이지 수는 약 100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 담긴 정보량과 서술 방식,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삽화들은 단순한 낭독용 책이 아닌, 독자의 오감과 상상력을 모두 자극하는 복합적인 콘텐츠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읽고 그림을 살펴보며 천천히 내용을 따라간다면 평균 30분 정도 소요되며, 그 시간 동안 몰입하게 되는 깊이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5분 우주 이야기』는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지구의 생명계 구성, 그리고 초등 과학 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기초적인 개념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엮여 있습니다. 백과사전처럼 딱딱한 지식 나열이 아닌, 이야기와 상상의 서사를 기반으로 설명을 풀어나간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우주를 다룬 책들이 종종 전문용어에 치중해 아이들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는 반면,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내용의 정확성과 창의적인 접근을 함께 잡아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태양계의 각 행성에 의인화된 성격을 부여하여 각각의 개별 특성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어요. 이는 어린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각 행성에 애정을 갖게 만들고, 복잡한 과학 개념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요소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행성과 위성에 머무르지 않고, 소행성과 혜성, 은하의 형성과 소멸 과정, 심지어 초신성 단계에서 별이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까지 확장된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별이 소멸하는 과정을 인간의 생애에 빗대어 설명하는 부분은 과학적 사실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려는 작가의 시도가 느껴졌고,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독자에게 생명의 유한함과 우주의 순환성에 대한 철학적 시선을 제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삽화 역시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서사적인 감정선과 리듬감을 담고 있었고, 시각적으로도 정제되어 있어 한 장면 한 장면이 내러티브처럼 흘러가는 느낌을 줍니다.
이미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어느 정도 쌓은 아이에게는 일부 내용이 다소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에 입문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적절한 도입서도 드물 거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정보를 ‘주입’하려 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 녹여진 재미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별은 왜 죽는 걸까?", "지구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같은 근원적 호기심에 대해 이토록 아름답고 간결한 방식으로 응답하는 책은 흔치 않습니다. 단순한 지식서가 아니라, 과학적 세계관을 처음으로 펼쳐보는 아이에게 ‘우주’라는 개념이 얼마나 넓고도 매혹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단지 한 권의 독서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지속적인 과학 탐구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준다면, 부모로서 그 여정의 첫 동반자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