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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어벤저스 22 : 복통, 위기를 감지하라! - 어린이 의학 동화 ㅣ 의사 어벤저스 22
고희정 지음, 조승연 그림, 류정민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이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조차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히 최근 의료 현장에서 불거진 인력난과 그로 인한 의료 시스템의 마비는, 단지 특정 계층만의 위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응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금의 구조는 결국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막연히 ‘누군가가 알아서 우리 아이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위험한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요즘, 아이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아무리 따뜻한 마음으로 조언을 건네도 부모의 말은 아이의 귀에 오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눈길을 사로잡는 이야기, 그리고 실제 의료 현장의 전문지식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콘텐츠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 어벤저스』는 단순한 어린이 교양서를 넘어, 아동 건강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의사 어벤저스』는 현재 1권부터 24권까지 출간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저희 아이가 가장 관심을 보였던 22권 <복통> 편을 함께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흥미로운 것을 넘어 교육적으로도 매우 알차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책의 줄거리는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한 ‘성훈이’라는 아이가 병원에서 X-ray 검사, 수술, 입원 등을 거치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겉보기에 다친 부위는 다리였지만, 병원에 도착한 후 성훈이는 복통을 호소하게 되고, 그 원인이 단순한 사고를 넘어 ‘장 파열’이라는 심각한 문제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지 개인의 상처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까지도 날카롭게 짚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실제 사례처럼 다루며, 아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응급도 분류 체계’나 ‘의료기관의 역할 구분’ 등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저 역시 보호자로서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응급 구조 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체 약 150페이지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이렇게 탄탄한 정보와 실질적인 의료 상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이 콘텐츠의 설계력과 완성도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의학 다큐멘터리 혹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병원 내에서 의료진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협업하며, 다양한 부서 간의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해주고 있어, 직업 탐색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가상 인턴십’처럼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단순한 진료 행위뿐 아니라, 의료진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윤리적 딜레마, 협업 과정에서의 고민, 긴박한 순간의 판단력까지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어린이용 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사 어벤저스』는 단지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책을 넘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생명과 직업, 판단과 책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매우 교육적이고도 실용적인 콘텐츠입니다. 지금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꼭 권하고 싶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