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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화학 필독서 30 - 기초개념부터 심화응용까지 화학자가 직접 고른 화학 명저 30권을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27
윤정인 지음 / 센시오 / 2025년 5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후 남기는 리얼 서평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때,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종종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인상이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접하는 학문, 그중에서도 과학이라는 영역에서도 첫인상은 학습의 방향성과 흥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처음 화학을 만났을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칠판을 가득 메운 복잡한 화학식, 무미건조한 용어들의 나열, 그리고 이해보다는 암기에 집중된 수업 방식. 지식을 ‘소화’한다기보다 억지로 ‘주입’당하는 느낌이었고, 그로 인해 화학은 흥미로운 분야라기보다는 마치 회피하고 싶은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기억이 있었기에, 제 아이만큼은 보다 부드럽고 열린 방식으로 화학을 처음부터 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재미를 느끼며 시작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싶어지는 동기를 가지도록 도와주고 싶었지요. 아이가 어느덧 주기율표를 술술 읊을 정도로 화학을 좋아하게 되었을 즈음, 저는 보다 넓고 깊은 화학의 세계를 아이와 함께 탐험할 수 있는 도서를 찾게 되었고, 그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화학 필독서 30』입니다. 당시 저에겐 이 책이 마치 든든한 조력자처럼 다가왔습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저자인 윤정인 선생님이 화학을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교육 시스템이 종종 학습을 ‘암기’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이 책은 개념의 이해와 원리의 체득, 그리고 그것이 실제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강조합니다. 저자는 화학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다시 위치시키고 있으며, 이 점에서 저의 교육 철학과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의 여운이 진하게 남았고, 아이와 함께 여러 번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내용 구성 또한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입니다. 이 책은 화학을 공부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반드시 접해보면 좋을 30권의 책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각 책마다 단순한 줄거리 요약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시각, 사고를 확장시키는 독서법, 그리고 어떻게 그 책이 과학적 탐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친절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과학 서적 추천을 넘어, 독서와 과학적 사고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화학이라는 학문이 결코 실험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양한 주제와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 속의 맛과 향, 색감이 화학적 반응의 결과임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이나 섬유가 어떤 분자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지를 풀어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의학과의 접점이었습니다. 화학이 단순히 물질의 변화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약물 개발, 질병 치료, 바이오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된다는 점을 소개한 내용은 아이는 물론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세계사 속 결정적 장면에서 화학이 수행했던 중요한 역할을 조명함으로써, 화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 사고를 유도합니다. 아이에게 역사적 맥락과 과학적 개념을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었던 이 부분은, 단순한 지식 전달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화학 필독서 30』은 화학을 어렵고 지루하게 느꼈던 이들에게, 첫인상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신선한 시각과 사고의 전환을 선사하는 이 책은, 단순한 학습서가 아닌 살아 있는 교양서로 추천드릴 만합니다. 화학이라는 세계의 문을 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첫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