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도서는 출판사의 제공으로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최근에 접한 존 그리샴의 『자비의 시간』은 단순한 법정 스릴러 장르를 넘어서는, 윤리와 정의의 근본을 묻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법적 절차의 전개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며, 법과 도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불완전한 기준 위에 서 있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이 작품은 두 개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하나의 비극적 사건을 중심으로, 후반부는 그 사건을 둘러싼 법정 공방과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고뇌를 따라갑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법과 윤리, 개인의 생존 본능 사이의 미묘한 간극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정의’라고 믿어온 개념이 얼마나 취약하고 상대적인 것인지, 냉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하게 된 지점은, 우리 사회가 더는 감정적 고통이나 심리적 학대를 방관해서는 안 되며, 법률 제도 또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폭압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 간의 ‘다름’에 대한 법적 수용과 존중이 제도화되지 않는 한, 법은 본래의 목적을 다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잘못된 법적 구조를 근본부터 재설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권과 법이 따로 노는 현실 속에서는, 법이 실질적인 도덕성과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인 고민과 실천이 필수적이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