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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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현대인의 하루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와도 같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고민, 통장의 숫자,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 마감이 임박한 업무들로 머릿속은 빽빽하게 채워져 있지요. 간혹 문득 ‘외계 생명체는 실존할까?’, ‘우주의 끝은 과연 존재할까?’와 같은 질문이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이내 현실이라는 무게에 눌려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찰스 S. 코켈의 『어느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는 바로 이러한 일상 속 사소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궁금증에서 시작된 저작입니다. 다소 엉뚱하면서도 매력적인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더 인상적인 건 이 책의 출발점이 저자의 실제 경험, 즉 택시 운전사들과 나눈 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단순하지만 뿌리 깊은 호기심이 곧 이 책의 구조와 내용을 구성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책은 과학 대중서를 표방하면서도, 접근 방식에 있어선 유연하고 창의적인 서사를 채택합니다. 전문 연구자가 택시기사와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일반적으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우주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탐색해 나가는 구성이지요. 덕분에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복잡함보다는 흥미로움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으로 손이 가게 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계 생명의 존재 가능성, 우주의 기본 원소, 생명의 기원, 태양에너지와 남세균의 관계, 유산소 호흡의 출현 등 다양한 과학적 주제가 일상 언어로 녹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개념들이 택시기사의 시선으로 재조명되면서, 독자는 과학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작은 세균의 등장부터 빅뱅 이후 형성된 암석 행성, 그리고 인류의 문명적 진화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어, 독자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소행성 충돌 가능성과 그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다루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NASA의 DART 프로젝트, 즉 우주선을 이용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의도적으로 충돌시킨 실험은 우주 과학이 단순한 이론 탐구를 넘어, 인류 생존을 위한 실천적 도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우리 발밑에 놓여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기술적 성취 이전에 지구의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 같은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가능성에 대한 다채로운 가설들과 함께, 그러한 존재들이 왜 우리와 소통하지 않는지에 대한 해석이 제시됩니다. 외계 문명의 고도화된 기술력, 침묵을 생존 전략으로 삼는 가능성, 혹은 인류와의 접촉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신호 차단 등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되며, 우리는 과연 외계 생명체를 너무 인간의 틀 안에서만 상상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과학적 상상력과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대목이기도 하지요.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과학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상이라는 언어적 토양 위에 과학이라는 씨앗을 심고, 이를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이 책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우주가 말을 건다’는 문장은 비유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면, 우주는 언제나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 메시지의 시작이 지극히 평범한 택시기사의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책은 ‘지식’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가볍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깊이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생활 속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우주의 구조와 생명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질문이 어떻게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탁월하게 증명해 보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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