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국 그녀를 구원한 것은 물, 정확히 말하면 수영이었습니다. 물속에서 느끼는 무중력의 감각, 숨을 멈추고 자신과 마주하는 고요한 순간들, 그리고 부력에 몸을 맡긴 채 존재 자체를 느끼는 경험은 그녀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수영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그녀에게는 감정의 해방이자 자아의 회복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글쓰기의 힘'이었습니다. 리디아 유크나비치는 글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파편화된 삶을 다시 엮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해 갑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과거를 직면하고 해석하며 다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물의 연대기』는 단순한 고백록을 넘어, 상처의 기록이며 동시에 회복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독자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대물림하며 살아가는가. 우리는 그 고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품고 살아가는 내면의 왜곡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들여다보며 정면으로 마주할 필요성을 환기시켜줍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심리적 상흔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 아픔을 어떻게 마주하고 돌볼 것인지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의 연대기』는 그 여정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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