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유를 향한 비상: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의 작가 벤 크레이(Ben Crane)은 사진 작가이자 매 훈련사이고, 미술 교사이다. 이력으로만 보면 예술적 재능이 있는 활동적인 사람인 거 같다. 하지만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사회적응이 어려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자가는 그의 상태를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여도 '머리속에는 형편없이 조율된 그래픽 이퀄라이저가 들어 있는 기분'이라고 묘사한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기능이 강화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조차 실패하지만, 자연 세계와는 깊이있는 교류를 한다.

보통 책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몰입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책은 처음부터 빠져들게 된다. 그 이유 작가의 섬세한 묘사 덕분이다. 홍채부터 시작해 깃털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관찰력과 집중력에 감탄스러울 뿐이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순간들을 독자의 눈에 시뮬레이션을 하듯 세밀하고 역동적이게 표현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텍스트임에도 영상을 보고 있듯 눈앞에 매가 그려진다. 마치 매와 눈이 마주치고 때로는 매와 함께 사냥하는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동그랗고 노란 홍채 주의로 옅은 붉은색과 오렌지색이 번져 있는데 마치 종이에 잉크가 번진 듯 색의 농도가 섬세하게 옅어진다. 깃털은 밝은 갈색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고 날개와 등에는 청회색이 감돈다. 더 어두운 색의 푸르스름한 깃털들도 산발적으로 나 있는데, 특정한 무늬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깃털이 다양한 색을 띠는 것은 이 새들이 성숙한 매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031 page


"참매는 처음 몇 백 미터를 비행하는 동안 하늘을 향해 반복해서 고개를 돌린다. 자고새는 갑자기 착륙하기도 하고 지평선까지 전속력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참매는 열리하고 영악하게도 속도를 늦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지켜보고 기다린다.

처음에는 180미터, 그다음에는 270미터, 두 새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자고새는 돌아서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고 메트로 놈처럼 정확하고 절제된 속도로 비행한다.

몇 초간 비행이 이어진다.

몇 초간 비행이 이어진다. 450미터 거리에서 자고새는 지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매보다 더 높이 날기 위해 상승을 시도한다. 참매도 동시에 그림자처럼 따라간다. 쉬지 않고 움직이던 두새가 마침내 마주친다."

-039 page

작가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의 가족이 인종, 문화, 심지어 삶의 행보와 가족의 이야기까지 남달랐다고 한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유럽을 거쳐 이도까지 다니며 이국의 낯선 물건들을 수집했다. 어린 작가는 아버지가 수집한 물건들을 몇 시간이고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화석이 된 나무, 건조된 복어, 노랗게 물든 엷은 황갈색의 뽀족한 침이 달린 공, 나무로 만든 부적들, 수많은 흑백 사진들 등 수많은 물건 중 그의 눈에 띈 사진 한장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사막에서 두 젊은 남자가 새끼 독수리 두 마리를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때를 회상하며, 매잡이가 되는 운명이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어릴적부터 영국의 시골마음 깊숙한 곳의 오두막에 살았던 작가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지금처럼 매체가 발달 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집 밖에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가의 예술성과 창의성 그리고 관찰력을 길러주었다. 나뭇가지와 더미를 옆어가며 재단을 만드는 가하면 불을 피우고 사냥한 동물을 잡는 덫을 놓고, 물을 손으로 저으며 민물송어 잡는 법도 스스로 터득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반면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따지는 사고방식이 결여되었던 작가는 자연속에서 만큼은 그의 세계를 형성하며 남다른 집중력을 였지만, 어른이 된 후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인간관계나 친분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의사소통 방식이 장황하고 과정되며, 여과장치가 없어서 산만하고 불안정했다. 무의식중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고 선을 넘고 부적절한 말을 불쑥 내뱉기도 다반사였기에 사람들은 그를 꺼려했다. 심지어 아들이 태어났을 때조차 작가는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건설적인 방식으로 삶의 변수들을 통제했고 나의 특이한 행동들은 장점이 되었다. 올바른 맥락으로 보자면 나의 기이함과 생물학적인 틱 증상들, 의지박약과 실수들은 모두 가치가 있었으며 이런 것들 덕분에 나망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나는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되었다.

나는 새처럼 자유로웠다."

-155 page


"잠시 매를 잃어버리는 일은 매 훈련이 일상이 되고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 븐드시 일어난다.

신뢰가 생리겨면 시간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172 page

작가에게 매는 사냥을 위한 도구가 아닌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동료 같은 존재이다. 상처 입은 새를 치유하고, 훈련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인내와 사랑을 배우고 마침내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혼자만의 세계에만 갇혀 있던 작가가 조금씩 아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순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아들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버지(벤 크레인)의 감정이 놀랍도록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또한 아들의 어미니(벤 크레인의 부인)과도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아들의 어머니(벤 크레인의 부인)는 런던에서 수백만 파운드의 예산을 집행하고,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배치하는 일을했다. 작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사랑과 교육방식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들에게 관대한 보호자가 되어주었고, 작가가 다시 돌아 왔을 때도 그를 원망하지 않고 그를 가족으로 맞이해준다.

"아들이 잠든 뒤 그녀가 내게 말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이제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가 한결 수월하다. 우리는 다른 단어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싸우지 않기로 합의한다. 앞으로 40년 동안 증오의 무게를 짊어지고 지쳐가는 것보다 서로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단순하다. 명확하다"

​-175 page

아들의 어미니와 아들이 그가 살고 있는 오두막집을 방문하고 과거에 아들과 함께 CC(셰프 캐쳐)라는 이름을 지어준 매를 데리고 매사냥을 나간다. CC가 아들 옆을 빙글빙글 도는 동안 작가의 시선은 매가 아닌 아들을 향한다.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전까지만해도 작가의 모든 시선은 매를 향했다. 아들과의 재회 이후에도 그는 오고가는 생활을 할뿐 전과 같이 매를 훈련하고 보살피며 매사냥을 하는 것에 몰두했다. 그런 작가의 마음이 온전히 가족을 향한 것이다.

이야기의 전반은 매에 대한 이야기고 후반부터는 매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매를 비롯한 모든 새들을 생생하게 표현하였고 사냥하는 과정까지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매사냥에 관심이 많거나 평소 새들을 좋아한다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워낙 표현력이 우수하고 관찰력이 좋아서 읽는 내내 흥미로울 것이다. 후반에 나오는 아들과 아들의 어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다. 일기 형식으로 편집되어있는데 읽다보면 부모가 자식에게서 느끼는 애착과 묘한 감정들을 알 수 있게 된다. 꼭 매사냥에 관심이 없더라도 틀어진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볼 것을 조심스럽게 권해보고 싶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