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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라는 돌
김유원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았으며,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로야구 심판 홍식은 1군에는 등록돼 본 적 없지만 프로 야구 선수 출신이이다. 실력보다 성실함을 먼저 인정받은 그는 은퇴 후, 가족과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심판이 되기로 한다. 심판이 되어서도 정확한 판정을 위해 매일 아침 규칙서를 읽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하며 성실하게 임한다. 평소에는 경기 운영에 집중하지만, 동료 심판을 향해 모욕적인 말을 뱉은 선수의 멱살을 잡아챌 정도로 신념이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홍식이 경기 중 공에 정강이를 맞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딱딱한 야구공을 맞고 아파 뒹구는 사람이 있는데도 경기는 아무렇지 않게 진행됐다. 심판은 경기 진행 중엔 기물로 취급되니까. 그 공을 친 타자 역시 홍식에게 괜찮냐는 말조차 건네지 않고, 홍식의 정강이를 맞고 튕겨 나간 공 때문에 중요한 경기의 결과가 바뀌고 만다. 시합이 끝난 뒤, 공에 맞던 순간의 영상을 돌려보며 엉엉 울며 눈물의 원인을 짚어보지만 큰 진척은 없다. 얼마 뒤, 은퇴한 포수 준호가 홍식에게 제안을 한다. ABS와 판정 대결을 펼쳐보자고. ABS 로봇 심판 도입 이후로 선수들이 심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기계가 사람을 너무 빨리 대체하는 것 아니냐면서. 홍식은 준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까?
* 책에서 던지는 질문
- 야구란 무엇인가?
- 우리가 너무 쉽게 인간을 기계로 대처한 것 아닌가?
- 인간적인 야구란 무엇인가?
- 기계의 도입으로 규칙이 점차 바뀐다면 야구 경기 해석의 여지가 축소될 텐데, 그것에 지금의 “야구”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
* 읽으며 더 생각해 볼만한 것들
-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의 권위란 무엇일까?
- ABS 도입 후 장단점은?
-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에는 고의성 판단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 오심도 야구의 일부인가?
선수, 동료 심판, 가족과의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 홍식이라는 인물이 또렷하게 보이는 해상도 높은 소설이었다. 작가가 야구에 대해 공부와 취재도 깊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했다.
야구팬으로서 심판진이 늘 고생한다고는 생각하지만, 판정에 공감하지 못할 때가 꽤 있었다. 판정 대상이 다르더라도 문제되는 것은 늘 일관성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심판진이 평소에 들이고 있을 노력에, 기계에 대체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스토브리그(비시즌)라서 컨텐츠가 적은데, 야구팬 친구와 교환독서하며 토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예요. 선수들처럼 심판도 판정을 받는 거죠. 심판별로 정확도나 선호하는 스트라이크존이 분석되고, 판정이 경기에 끼친 영향 같은 게 수치로 나오면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요? 심판도 일종의 플레이어가 되어서 로봇과 대결하는 또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는 거죠. (…) 오심을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야구가 더 재밌지 않을까요?" - P27
실패하면 너무 많은 걸 잃어. 심판이 공 30개도 제대로 판정하지 못하면 누가 지금까지의 기록을 신뢰하겠어? 다들 거봐라, 내 저럴 줄 알았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기록을 의심할 거야. 이제는 ABS가 판정하니까 당장은 별 영향 없을지 몰라도 사람들 마음에 실금 하나는 그어지게 될 거고. 그런 게 쌓이면 야구가 무너져. 영원히 인기 있는 스포츠는 없어. 우리 야구인들은 그걸 항상 명심해야 해.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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