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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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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땅은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게다가 산도 많고 그만큼 강도 많은데, 섬도 많아서 날씨를 예측하기 무척 힘들다. 기상청에서 예측한 바와 실제 날씨가 달라서 사람들이 불평할 때마다 듣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고등학교 2학년 사회탐구 선택과목으로 지리를 선택하면서 지리와 기후에 대한 내용을 배웠다. 그 이후부터는 날씨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 이 책은 한국 지리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 한번 쉽게 읽는 기분이었다. 날씨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날씨에 따라 생기는 무지개 같은 현상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날씨를 음악과 리듬에 비유하기도 한다. 잔잔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에세이이긴 하지만 시각적인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지리와 대기, 날씨는 어쨌든 과학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글로만 설명한다면 독자가 이해하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이 청소년 독자를 타겟으로 하였다면 더더욱 시각적인 자료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다가 음악적/문학적 비유가 나오니 약간 정신이 없었다.

 

읽으면서 우리는 날씨도 우리에게 맞추어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특히 산 정상에서의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느꼈다.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가기 직전까지는 바람이 그리 세지 않은데, 대청봉에 오르고 나면 바람이 무섭도록 분다. 시원하긴 하지만 약 1,700m 높이의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맞는 바람은 약간 아찔하다. 우리는 그곳에서 그저 매서운 바람을 맞은 것이 아니라, 대기의 본모습을 마주한 점이라는 걸 알고 나자 새삼스럽게도 어릴 적 올랐던 설악산에 다시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로 장을 나누어 각 계절의 날씨에 대해 쉽게 풀어주고 있으므로 날씨에 대한 상식을 가볍게 쌓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할 듯한 책이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정상에 다가서면 춥고 바람이 강한 이유가 뭘까? 이 질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적절한 질문은 동전의 다른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평지로 다가설수록 기온이 따뜻해지고 바람이 약해지는 이유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온도가 낮고 바람이 세찬 것이 대기의 본모습이고, 평지에서 느끼는 대기는 땅의 영향으로 변형된 것이다. 우리는 산에서 대기의 순전한 본래 모습을 재확인하는 것뿐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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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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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이름을 여기저기서 꽤 많이 들어보았다. 어떤 작품을 썼는지 궁금했던 참에 6월 하니포터 신청 도서에 신작이 있길래 골라보았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젤로의 변성기, 세네갈식 부고를 재미있게 읽었고, , , 마들렌도 재미있었다.

 

아포칼립스 장르 중에서 좀비물을 가장 좋아해서 재미있었다. 죽음의 속도와 아직은 남아 있는 인간성을 생각하며 읽었다. 괴질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천천히 굴러가는 남은 이들의 삶. 잠깐이라도 방심했다간 죽음으로 곤두박질치게 되는 위기. 그럼에도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동행인으로 삼는 주인공. 나는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결말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젤로의 변성기는 어느 성우의 이야기다. 아역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큰 고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해서 새로웠다. 성대에만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 호르몬 영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살았다.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젊은 여성에 대한 중년 여성의 욕망이 새로우면서도 낯설었는데, 이 욕망이 20대 여성-50대 여성의 욕망인지, 10대 남성(의 자아)-20대 여성의 서사인지, 약간 혼란스러웠다.

 

, , 마들렌에서는 마들렌과 마들렌을 성추행한 작가에 대한 양가감정,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는 그만 분열되어 버리고 만다. 특이한 설정에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래서, ''는 그 칼로 ''''를 어떻게 할 작정인 걸까.

 

뒤표지에 적힌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 인물로 한참 살아본 것 같은 내면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뭐라고 단언하기 힘든 인물과 소설들에 대해 여전히 곱씹게 된다. 여성의 서사, 모성 이데올로기, 아포칼립스 좀비물, 여성의 욕망, 신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의식을 잃어가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쥐었으니 음주 운전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되면서까지, 목숨을 앗아갈 만큼 심한 1기의 통증과 고열을 견디면서까지 다들 어디로 가려 했을까. 곧 인간성이 만료된다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끝내 가야 했던 곳은 대체 어디였을까. 뭘 하고 싶었을까. 누구를 만나려는 거였을까. - P36

그러니까, 영원히 열여섯 살 소년이기 위해 여자로서의 노화를 최대한 유예해야 했고 실제로 그러려고 노력해왔으니까, 이런 말을 한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테고 이해받기를 기대하지도 않으니까 아무에게도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해하리라고 믿지만 그건 내게 직접 들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알아차려서야 한다. - P63

어머니가 이미 폐경을 맞았기 때문에.
대단한 망신을 당한 듯해 수진은 인사도 건성으로 하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뒤늦게 따라 나온 엄마를 보자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 P171

그 순간 무겁고 날 선 도끼가 정수리 한가운데를 빡 하고 내리치는 듯한 격통이 있었고 나는 따뜻한 피자가 치즈를 늘어뜨리며 갈라지듯 찌익, 쩌억 하고 둘로 나뉘었다. 마들렌의 눈앞에서. 아, 이런 식이었군.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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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
데이비드 존스.데이지 실 지음, 경규림 옮김 / 씨네21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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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린시절 색칠공부하던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선택해본 책.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시리즈는 총 5종이며 랜덤으로 왔다. 살펴보니 구스타프 클림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서 래컴, 아르데코 패션, 알폰스 무하 버전이 있다. 랜덤 발송이라서 나는 알폰스 무하 버전을 만나게 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화가이기는 한데, 잘 모른다.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초입에 화가에 대한 설명이 짧게 들어가 있었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에 많이 사용된 색채도 보여주었는데, 원색이나 선명한 색상을 많이 사용한 듯했다. 막상 색칠하려고 보니 내가 가진 색연필 색이 너무 맑아서 탁색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색칠의 매력이 무엇인가,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색을 칠할 수 있다는 것이지!!! 컬러링북에 색칠을 하기 전에, 나에게 색연필이 없어서 당근으로 싼 색연필을 사서 짝꿍과 색칠했다.

 

우리가 고른 작품은 <사계>. 짝꿍은 실제로 있는 새를 검색하여 섬세하게 색칠하고는 힘들어 했다. 나머지는 내가 집에서 기분 안 좋았던 날 슥슥 칠해버렸다. 색연필의 색이 너무 맑은 것과 내가 상상하는 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한때 컬러링북이 왜 유행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색을 칠할지 고민하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은 달아나고 색칠에만 집중하게 되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종이도 도톰하고 작품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니, 한 권 사서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고 싶을 때나 심심할 때 색칠하면 좋겠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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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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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와 폐허의 공통점이 뭘까. 당사자는 잊어버리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타인에 의해 다시 꺼내지고 조명을 받는다는 점? 떠올릴 때마다 수치스럽고, 후회되어 부끄럽고 슬퍼서 완벽히 쓸모없다는 점? 그러다가도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이렇게 대처해야지, 생각하며 교훈을 얻는다는 점?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내용일 것 같아 냉큼 신청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옛날이야기(특히 폐허 모티프와 이미지), 지도, 세계 곳곳에 대한 것들을 좋아했는데, 여기에는 그게 모두 담겼다. 사진 자료가 많아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씩 상상해 보기도 했다. 저 건물에서 사람들이 지내던 호시절, 인적이 뜸해져서 스산한 분위기, 누군가의 사랑이 끝나가는 모습,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분위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 책 취향이 어디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삼스레 반가웠다.

 

제목과 부제목, 뒤표지의 카피들이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모든 버려진 장소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메인 카피가 마음에 들었다. 표지와 내지에 지도와 사진이 많아 좋았다. 줄 간격이 좁지 않고 서체도 너무 작거나 두껍지 않아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사에 대해 얕게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읽은 뒤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지리, 미스터리에 관련된 책과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라면 말이다(내가 그랬다).

 

나는 노르웨이의 피라미덴, 서인도제도의 플리머스, 오스트리아의 될러스하임, 그리스의 헬리니콘 올림픽 단지, 우간다의 아캄펜섬에 관련된 내용들을 읽으며 재미있기도, 안타깝고 쓸쓸하기도 했다. 다만 관련된 내용을 더 읽고 싶은데 원고가 금방 끝나 아쉬운 면도 있었다. 세계사와 불가사의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잊는다는 것은 기억하는 힘을 잃는다는 뜻이다. - P10

시인 폴 발레리가 했다는 "시는 결코 끝나지 않으며, 다만 버려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버림‘은 ‘되찾음‘이나 ‘돌이킴‘의 가능성을 분명히 안고 있다. 끝난다는 것은 죽는 것, 마무리되어 더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버려진 것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버려진 물건은 다시 주울 수 있고, 버려진 땅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찰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 P10

이 책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이다. - P11

잊혀서 완전히 사라진 대상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치는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그 반대다. 버려진 장소는 다가올 세상을, 잔해에서 구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더 오래 더 열심히 생각해보라고 격려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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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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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타투를 새기고 싶어 매일 타투이스트와 디자인을 검색하고 자료를 모았다. 그게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나에겐 여전히 타투가 없다. 그저 내 몸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려 새기는 일일 뿐인데. 주변인을 비롯한 사회의 시선을 걱정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이상했다. 부모에게 혼이 나 등짝을 맞을 것이며 언젠가 새긴 것을 후회하며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엄포와 염려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고 이것은 내 몸인데? 타투를 새긴 지인이 몇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내게 타투는 이상한 것이나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동경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앞표지의 사진, 뒤표지와 책등의 색감을 보자마자 예쁘다고 생각했다. 펼쳐서 내지를 훑어보니 사진과 인터뷰 문구가 여백을 적절히 활용하여 배치되어 있어 좋았다. 인터뷰도 사진도 눈에 잘 들어오도록 구조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였다. 타투 스티커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유명 타투이스트 타용의 고양이 디자인이었다. 마침 여름이라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으므로 한 장씩 사용해 보면 좋을 듯하였다.


  『가장 밝은 검정으로』는 타투한 창작자 10인의 인터뷰와 사진이 수록된 사진집이자 에세이다. 이들의 인터뷰와 타투 사진을 보면서 때로 속이 시원했고,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도 조금씩은 해소되었다. 인상 깊었던 타투는 김선오 시인, 유이든 배우, 황예지 사진가의 것이었다. 습작을 먹어주는 물고기 구터, 팔의 위치에 따라 솟구치거나 떨어지는 샐러리맨, 반짝임과 하트까지. 좋았던 인터뷰는 많았는데, 인용해 둔 홍승은 작가의 인터뷰가 내 현재 생각과 비슷하다. 홍승은 작가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아직 내 몸에 타자성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 정도? (주체적으로 살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타투를 함으로써 신체를 감각하고, 나와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죽음충동을 해소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인터뷰이들의 말에 많은 타투인이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내 몸에 영원히 남을 것을 새기며 영원함을 걱정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일, 영원함에 지는 일을 기꺼이 하는 심정이란 무엇일까. 거기까지 이르는 데에 느꼈을 감정들이란 어떤 것일까. 타투를 삶의 요소, 생계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꽤 많은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타투가 유일하게 불법이다. 타투 법제화에 많은 이들이 힘쓰고 있지만 아직 길이 멀어 보인다. 타투에 관련된 국내 서적 또한 20권이 채 되지 않으며(문학 분야 제외), 컬러링 북까지 제외하면 이보다 더 적어진다. 타투 법제화가 되어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를 잠시나마 상상해 본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타투도 음악처럼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는 것‘이다. 창작은 결국 쓸데 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 P42

팔을 접고 타투를 내려다보면 샐러리맨이 위로 솟구친다. 떨어지는 사람을 금방 올려 보낼 수 있어서 이 타투가 무척 마음에 든다. 나의 상태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으로 얘를 움직이면서 놀다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 P60

타투는 스스로 타자성을 몸에 입히는 행위라고 들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으로서 ‘자발적 얼룩‘을 새기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새길 수는 없으니까 타투에는 엄청난 능동성이 필요하다. 타투를 새기는 건 결국 능동적으로 타자가 되는 일이고, 고유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로도 다가온다.
내 몸이 쌓아온 서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깨끗함‘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얼룩진 몸인데, 타투를 한들 뭐가 대수인가. 나는 자신의 삶과 몸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겐 타투가 그 수단이었다. - P96

타투를 일부러 지우지 않는 이상 얘네는 영원히 내 몸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영원함이 생각보다 큰일인 것 같다. 말하자면 내가 영원함이라는 속성에 진 거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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