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풍경 - 조효제 교수의 우리 시대 인권 강의
조효제 지음 / 교양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1. “모든 글은 시사적인 글이다.”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득한 과거지사를 다루는 역사도 역사가가 현재 품고 있는 생각의 가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11면)




2. 나는 인권을 ‘사회적 고통을 야기하는 모든 억압 권력에 맞서는 저항의 움직임’이라고 이해한다. (13면)




3. ... 단지 어떤 상황에서도 완전한 절망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악조건일수록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희망의 불씨가 출현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14, 15면)




4. 보수주의자들은 인권을 마치 진보파들의 정치 공세인 양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인권을 정치 공세로 치부한다는 말은 인권을 철저히 당파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이해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보수주의자들은 진보파가 보수파를 비판하기 위해 ‘인권’을 하나의 구실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인권은 결코 그런 게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인권이다. (17면)




5. 우리 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현대 사회는 어차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공존을 모색하는 ‘다원적 사회’일 수 밖에 없다. 종교나 사상이 다르다고 화형에 처할 수 없는 시대이고 사회다. 이런 다원적 사회에서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들이 전개되는 과정을 동심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동심원 중 제일 안쪽의 동그라미가 바로 ‘중첩되는 합의의 영역’이다. 그 바깥 동그라미는 통상적인 다원적 사회의 원칙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의 영역이고, 그 다음 동그라미는 다원적 사회의 원칙 자체를 바꾸려는 ‘급진적’ 영역이지만 크게 보아 그 원칙으로 수렴될 수 있는 문제 영역이다. 하지만 그 바깥의 영역은 일종의 ‘외계’다. 다원적 사회의 원칙으로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갈등의 영역인 것이다(Paul Schumaker, 2008 참조). (18, 19면)




6. 인권을 ‘중첩되는 합의의 영역’으로 만들기 위한 투쟁은 좌-우를 떠나 우리 사회의 선진적인 토대를 닦는 문제다. ... (19면)




7. 권리의식은 새로운 욕구를 창출하고 그 욕구는 다시 인권의 새로운 목록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인권 운동이 인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한 ‘정태적’ 모델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권리의식이 새로운 인권 목록의 확장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동태적’ 모델에 의존하는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 (25면)




8. ‘재귀적(reflexive)'이라는 말은 어떤 주체의 행위 결과가 자신에게 다시 돌아와 새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흔히 ’성찰적‘이라고 옮기지만 썩 좋은 번역이 아니다. (25면)




9. ... 문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시스템이 오히려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 셈이다. (26면)




10. 이와 마찬가지로 인권법이 제대로 집행되기만 한다면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도 이제 의문시되고 있다. 인권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이슈들이 인권의 이름으로 생겨나고 인권의 이름으로 해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6면)




11. 재귀적 근대화를 맞아 ‘정치의 재발명’이 요구되듯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특징인 권리 의식의 재귀적 증폭 현상 앞에서 우리가 인권 운동의 목표 자체를 재형상화하고 재설정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올리히 벡은 재귀적 근대화가 진행되면 전통적 지배 규칙의 외곽에서 전문가 시스템과 상관없는 새로운 형태의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8면)




12. ‘세계정부 없는 보편인권’이라는 말은 ‘솥 없는 밥’과 비슷한 모순어이다. 한나 아렌트가 국가 간에 통용될 수 있는 유일한 보편 인권은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 가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 밖에 없다고 말했던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Arendt, 1951). 하지만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하나는 보편을 지향하는 인권의 요구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것이라는 사실, 다른 하나는 좋든 싫든 국가 체제는 적어도 당분간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29면)




13. ... 국제 인권법은 국가만을 중시하고 비국가 행위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국제 인권법은 비국가 행위자에 의해 인권 침해를 당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McCorquodale, 2002) (30면)




14. ... 그런데 오늘날 국가 외의 비국가 행위자들이 점점 더 국제법상 의무의 주체로 등장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국제 인권법에서 비국가 행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31면)




15. 개인 정체성과 집단 귀속성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 (96면)




16. 권력은 영향력과 책임과 그 자체의 문제점을 동시에 내포한다. (97면)




17. “법을 전공한 사람들은 자기 직업으로부터 독특한 특징을 습득하곤 한다. 즉, 질서를 경애하는 습관, 형식성 선호, 규칙적인 사고 방식에 대한 본능적인 존중 등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법률가들은 혁명의 정신과 민중의 사려 깊지 못한 정열에 대한 적대적이 된다.” 이것은 ‘미국의 민주주의’ 1권 15장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이러한 경향은 귀족의 그것과 많이 닮았고, 그 때문에 법률가는 ‘인민에 의한 정부를 은근히 경멸’하기 쉽다는 것이다. (102면)




18. 그(존 스튜어트 밀)는 인간이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했다. 설령 인간이 실수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러한 실수를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보다는,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래야 인간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2면)




19. “우리 집엔 의자가 세 개 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해, 두개는 우정을 위해, 세 개는 사교를 위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 (152면)




20. 문학은 문학 그 자체의 참다운 아름다움으로 접근해야 하며, 문학은 이해력보다 깊은 공감의 정신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것을 읽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167면)




21.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언어를 요구한다. (191면)




22. 냉철한 상황 인식에 기반한 행동만이 궁극적으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199면)




23. C. 라이트 밀즈가 무섭게 꿰뚫어 보았듯이 “권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핵심 제도들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35면)




24. 일흔이 다 된 노인(피터 베넨슨)이 냉전 이후의 인권 상황을 예견하면서 운동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그때 인권 운동이 단순히 외부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앞날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것임을 배웠다. (262면)




25. 나는 이미 다원화되어 통일된 거대 담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시민사회에 인권이 어떤 ‘공통된 합의점’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본다. (263면)




26. 그런데 시대에 따라 그러한 열정을 대변하는 ‘언어’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불의에 억눌린 이들은 자신의 절망과 분노를 조리있게 표현해 주고,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며, 자신에게 희망을 열어준다고 느끼는 언어로 말하고 꿈꾼다. (264면)




27. 호피족의 춤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비를 바라는 기능, 즉 ‘명시적 기능(manifest function)'이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이다. 그러나 호피족의 춤에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 있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면 누구나 어렵다. 고통이 늘면 갈등도 많아진다. 이럴 때 호피족은 집단 춤을 통해 부족의 단합과 집단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반드시 인식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중요한 기능읻. 이것을 머튼은 ‘잠재적 기능(latent function)'이라고 불렀다. (296, 297면)




28. ... 특히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엔지오들이 회의를 주도하면서 언어 문제를 이유로 비영어권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도 역력합니다. (309면)




29. 주로 아시아권에서 유입되는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 운동은 한국 시민 사회 운동에서 하나의 확고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318면)




30. 필자는 법학자는 아니지만 우리 헌법이 인권 문제에서 중요한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느꼈다. (322면)




31. 이젠 국가가 자국 국민(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때가 되었다. 국가는 최소한 우리 영토 내에서 사는 모든 사람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323면)




32. 개인적으로 문학 작품을 탐독하면서도 업무에서는 형용사를 빼고 팩트만을 강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이종욱)는 명령이 아니라 솔선수범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334면)




33. ... 효율성의 문제도 자주 지적된다. 하지만 적어도 유럽 시스템은 돈이 없어 대학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없도록 보장해준다. (346면)




34. 인권을 논할 때 사회 맥락으로부터 인권 문제 만을 따로 떼어내 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인권은 인간을 억압하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억압 권력에 맞서는 대항 담론이다. 그런데 이런 대항 담론을 치밀하고 전문적인 제도 인권으로 좁게 규정하면 할수록 인권이 자리잡고 있는 전체 사회구조를 망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나는 인권을 전문적이고 법적이고 기술적으로만 다룰 때 이런 위험이 늘어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349면)




35. 인권 연구는 참된 의미로 ‘학제간’ 연구가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354면)




36. 인권을 공부하는 데에는 크게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국제인권법을 통해 인권의 전 세계적 기준을 익힐 수 있다(정인섭, 2000). 둘째, 인권의 이론을 다룬 책을 통해 인권의 토대와 철학적 기반, 논리 구조를 배울 수 있다(바삭, 1986; 조효제, 2007; 프리먼, 2005). 셋째, 인권의 역사를 읽음으로써 인권이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 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야스오, 1995; 이샤이, 2005; 차병직, 2003). 넷째, 인권을 책으로만 배우기는 어렵지만 인권 책을 통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인권에 관한 영감을 얻을 수가 있다. (4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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