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문법 - 민주주의총서 01
조효제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나는 주인이 식탁에서 던져 주는 자선의 빵조각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완전한 권리의 메뉴를 원한다.“ (데스몬트 투투, 15면)




2. 인권에 관한 각 서사방식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권리의 개념에 대한 본질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1면)




3. 하지만 나는 인권을 열렬히 옹호하는 한 사람으로서, 인권개념을 선험적이고 절대적이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최고선으로 단순화해서 기술하는 것은 장점만큼이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21면)




4. 넷째, 인권은 교조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한다. 이런 비판에 따르면 인권론자는 세상을 권리와 의무, 선과 악의 단순 흑백논리로만 본다. 사회, 정치, 인간관계는 권리와 의무론deontology의 도덕성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다양하고 복잡한 차원들을 포함하고 있다. (27면)




5. 인권을 일관성 없이 사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옹호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인권의 이중기준double standard이라 한다. (30면)




6. 오늘날 인권은 과거의 ‘탄압 패러다임’에서 ‘웰빙 패러다임’으로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30면)




7. 어떤 인간이 정치적 지위를 잃는다면... 그리하여 (생물학적인) 인간이라는 사실만 남을 경우 그 사람은 타인이 그를 같은 종으로 여길 수 있는 인간적 특성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Arendt 1951, 300) (32면)




8. 인권이 반드시 필요한 맥락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인권이 모든 경우에 최상의 사상일 수는 없다. 따라서 인권은 다른 좋은 사상, 이념, 세계관, 예를 들어 민주주의, 사회정의, 평화, 특정 이념, 평등, 휴머니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이들과 적절히 결합되거나 적절한 역할분담을 할 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33면)




9. 첫째, 인권은 얼핏 듣기에 절대적 명제인 것 같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언어적 우선순위’ 또는 ‘논의의 문턱’을 가리킬 뿐이다. ‘언어적 우선순위’란 인권을 포함한 여러 가치가 서로 경합할 때 인권이 적어도 언어 표현상에서는 항상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33면)




10. 인권은 궁극적으로 권력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보아 각 시대의 인권투쟁은 그 시대의 지배적인 권력 형태에 대한 저항담론으로 출현한 것이다. 이것을 사회구성주의적social constructive 인권이론이라고 한다. (36면)




11. 어제의 급진적 이론이 오늘의 상식이 되었다가 내일의 반동적 이론으로 격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다. (36면)




12. 웰빙 패러다임 아래에서 인권은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하는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 우리의 인권은 저항권과 생존권 중심에서 삶의 질 강화로 확장되어야 한다(홍성태 2006, 41). 이렇게 되면 인권은 점점 더 일반 사회정책과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고, 복지국가 목표와 유사한 산출물을 지향하게 된다. 웰빙 패러다임 아래의 인권은 예산배정이나 의사결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이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은 이런 관점을 명백히 표현하고 있다. (37면)




13. 솔직히 말해, 양심 있는 자유주의자들이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확실히 옹호하는 바탕에서, 진보적 인권운동이 경제적, 사회적 권리의 프런티어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이치에 맞는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한다. (39면)




14. 인권이론은 특정한 시대의 산물이다. 인권운동이 인권이론을 낳기도 했고 인권이론이 인권운동을 자극하기도 했다. (49면)




15. 허버트 스펜서, 마르크스, 에밀 뒤르켕, 막스 베버 등 근대 사회과학의 창시자들은 사회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대상이지 윤리적 원칙으로 이해할 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 사회학이 철학의 자리에 들어섰고, 사회의 과학적 연구가 인간의 권리를 대체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의 시조들은 ‘도덕성’을 추구하더라도 형이상학적인 규범(예컨대 자연권)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기능적 요소로서 추구했다. (86면)




16. 시대의 전반적인 추세로서 과학과 분석과 계량을 중요시하는 사회과학의 세계관이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므로 자연권의 도덕적인 에토스가 갑자기 시대에 뒤떨어진 사상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87면)




17. 인권담론에는 창시자도, 주도적인 집단도, 결정적인 텍스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주창자, 여러 소외집단, 여러 텍스트가 있을 뿐이다. (90면)




18. 그러나 오늘날의 인권은 더는 형이상학적 근거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신 권리가 인간의 창조물이고 인간이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91, 92면)




19. 인권은 인간의 가치를 상향평준화하려는high equal worth 도덕적 지향을 가진 사상인 것이다. (93면)




20. 위에서 본 대로 현대 인권이론은 크게 보아 법이론, 권리이론, 철학적 논의 등을 거쳐, 근래 들어 욕구이론과 역량이론 쪽으로 새 영역을 개척했다. 주로 법학, 철학, 사회운동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권이 사회정책, 사회복지, 보건의료, 인류학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탄압 패러다임에서 웰빙 패러다임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인권의 위상 변화를 말해 준다. (122면)




21. 내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인권은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동기와 상관없이 논리적인 비판일 경우 이론적, 지성적으로 조우해야 한다고 본다. 비판이 인권을 키우기 때문이다. (137면)




22. 인권의 힘은 그 이론적 완결성에서가 아니라 그 주장의 절박함에서 나온다. (161면)




23. 사회적 배제는 주로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합법적 영주권자들은 공적 영역에서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를 보유하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정체성에 근거한 실질적인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기 일쑤다. 이런 사적, 경험적 세계에서의 부정적 현실은 흔히 공적 영역에서 인정되는 규범상의 평등과 권리를 압도하곤 한다. (243면)




24.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 밖에 없다.” (존 듀이, 276면)




25. 화폐에 인플레가 오면 교환가치가 떨어지듯이 인권에 인플레가 오면 규범적 가치가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인권이 희화화될 우려도 있다. (311면)




26. 인권이 탄압패러다임에서 웰빙 패러다임으로 확대된 경향은 인권이 법의 영역에서 정책의 영향으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촉진했다. 인권과 사회정책이 제일 먼저, 제일 활발하게 만난 분야는 복지정책, 특히 복지서비스 분야였다. 앞에서 말했듯이 복지개념을 시혜에서 권리로 변화시키는 데에는 인권담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16면)




27. 그렇다면 공리주의 원칙을 완전히 배제하고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만으로 사회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도 사실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은 인권운동에 딜레마를 제기한다. (319, 320면)




28. 사회적 인정 투쟁은 헤겔 이래 역사철학적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정한 가치를 인간의 권리로서 사회적으로 인정한다는 말은 그것과 대응하는 의무를 사회적으로 부과한다는 뜻이 된다. (332면)




29. “사람들은 이념을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사람의 이념을 믿는다” (지브 만코비츠, 335면)




30. 이런 다양한 성찰의 초점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 즉 인간사회의 공동선에 인권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해답을 찾으려 했던 것이 ‘인권의 문법’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주제였다. (344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