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날들의 기록
손은수 지음 / 헤이수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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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관에 가면 주로 수필 책을 자주 읽어본다. 얼마 전 어느 유명 소설가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엮은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앞 몇 페이지만 읽어보니 글을 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해 기록하는 실행력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중한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저자의 시선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글 사이 사진도 글에 엮여서 깊이 있는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글의 프리미엄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책에는 일상 속에서 저자가 겪은 글들과 나와 공감이 되는 부분에 대하여 적어보고자 한다. 아마 성격이 비슷한 거 같다.



비움이 만드는 관계의 공간

상대가 나를 거부할 때조차 변함없이 평범하고 덤덤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 마음속에 적당한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무언가로 가득 채우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30~40% 정도는 비워두는 지혜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그 비어 있는 공간이야말로 타인의 진심이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비움도 그렇듯, 집에서의 비움도 매한가지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목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쇼핑중독이 되어 버렸다.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하면 가격 검색을 해야 하고, 신용카드 할인 주기가 어떤지도 확인해야 하고, 세일 시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하다 보면 하루이틀 동안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구매에 집중하다 보면 나에게 있었던 스트레스가 둔감해지는 이유가 된다. 반면에 집에 물건을 둘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단점이 생긴다. 어느 순간 정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려고 하려니 '저거 얼마 지나지 않아 찾게 될 거야'라는 마음이 생겨 버리지 못한다. 마음의 비움과 같이 공간의 비움이 있어야 다시 채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직도 내 방은 처절한 삶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비움이 있어야 가족의 마음이나, 이웃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집안의 비움이 나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니 이제 비움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

관계의 시작

"일방에서 시작된 마음이 마주 보는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 '관계'라는 매듭이 묶이고 정이 엮인다"라는 저자의 말은 마른 내 가슴에 단비처럼 와닿았다.

이 깨달음은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최근 대화가 통하지 않아 마음의 벽을 쌓았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사실 소통이 안 되었던 이유는 상대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와 통하고 싶은 마음이 내게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를 하면서,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시작도 전에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갔던 것은 아닐까.


나무가 흘린 무언의 눈물

식물도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돌봐주는 사람에게 전자기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과자 반죽 속의 미생물조차 음악을 들으면 그 진동에 반응해 더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신비로운 생명의 연결고리에 관한 글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는 집 한편을 25년째 지키고 있는 반려 나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모진 주인이었다. 직장 생활의 고단함에 매몰되어 있을 때,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물조차 잊곤 했다. 나무는 바짝 말라죽기 직전까지 갔으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그 고비를 스스로 넘기며 여전히 푸른 잎을 내어주었다. 가끔 수형을 위해 혈기 왕성하게 뻗어 나오는 가지들을 사정없이 잘라버리기 일쑤였다. 잘려 나간 단면에서 피처럼 뚝뚝 떨어지던 하얀 액체들. 그것이 나무의 아픔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나는 나무와의 교감은 생각 밖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모습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다.

책에서 흘러나온 나의 다짐:

- 나무에 음악 들려주기: 매일 저녁 20분, 나무와 함께 클래식을 들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주자.

- 30%의 여유: 대화 전 심호흡을 하며 내 마음의 공간을 비우고, 상대의 말을 담을 준비를 하자.

- 일상의 기록: 오늘 일상의 이야기와 사진을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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