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만드는 관계의 공간
상대가 나를 거부할 때조차 변함없이 평범하고 덤덤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 본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 마음속에 적당한 '여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상 무언가로 가득 채우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30~40% 정도는 비워두는 지혜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그 비어 있는 공간이야말로 타인의 진심이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비움도 그렇듯, 집에서의 비움도 매한가지이다. 스트레스를 푸는 목적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쇼핑중독이 되어 버렸다.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하면 가격 검색을 해야 하고, 신용카드 할인 주기가 어떤지도 확인해야 하고, 세일 시기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하다 보면 하루이틀 동안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구매에 집중하다 보면 나에게 있었던 스트레스가 둔감해지는 이유가 된다. 반면에 집에 물건을 둘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단점이 생긴다. 어느 순간 정리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려고 하려니 '저거 얼마 지나지 않아 찾게 될 거야'라는 마음이 생겨 버리지 못한다. 마음의 비움과 같이 공간의 비움이 있어야 다시 채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직도 내 방은 처절한 삶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비움이 있어야 가족의 마음이나, 이웃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집안의 비움이 나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니 이제 비움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
관계의 시작
"일방에서 시작된 마음이 마주 보는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 '관계'라는 매듭이 묶이고 정이 엮인다"라는 저자의 말은 마른 내 가슴에 단비처럼 와닿았다.
이 깨달음은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최근 대화가 통하지 않아 마음의 벽을 쌓았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사실 소통이 안 되었던 이유는 상대에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와 통하고 싶은 마음이 내게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를 하면서,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시작도 전에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갔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