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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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유희경:

서울예대(문예창작), 한국예술종합대학교(극작) 출신.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 - 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다음 봄에 우리는> <겨울밤 토끼 걱정> 과 산문집<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사진과 시> <나와 오기>가 있다.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

< 책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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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연관이 되는 단어가 있으면 집중력은 올라간다. 이 책도 나와 관계된 직, 간접적인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동대구역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 있는 학교를 통학하면서 낯설지 않는 동대구역. 한동안 직장을 얻지 못하여 나는 동대구역을 애용하였다. 그러다 타향으로 이십 년을 넘게 살다 가끔 시골로 가는 기차는 동대구역에서 환승하는 장소라서, 기차를 통하여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과는 다르지만 그 당시의 처해진 상황에서의 미묘하고 애틋함은 농도의 진함과 연함의 차이일 것이다.

일요일 늦은 오후에 대한 감정 :

국민학교 다닐 적 토요일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면 너무 좋았다. 내일 아침에는 만화가 방영이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일요일 아침을 생각하면서 보냈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흐르고, 숙제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다 일요일 오후 해가 지면서 으슴푸레해지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숙제는 하지 않았다. 월요일 선생님에게 맞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일요일 오후가 되면 너무 허전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주식을 접하고 나에게 일요일에 대한 감정이 모처럼 변하였다. 월요일에는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만 같은 기대감에 이제는 월요일만을 기다리게 된다.

공허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마음과 월요일에 대한 기대가 마치 도장을 찍은 듯 같은 느낌이다.

딴생각 :

나의 초등학교 성적표에도 산만한 성격이란 표현이 있었다. 그것이 학교 다닐 때에는 그리 달갑지 않은 단어였다. 공부가 그리 나에게 찹쌀떡처럼 "촥"하고 달라붙는 사이가 아니라서 더 그리했으리라. 산만함은 딴생각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아무도 모르는 샛길처럼. 그것이 때로는 위대한 발명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의도치 않음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딴생각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경우도 있어 나는 자주 혼자 딴생각을 하는 시간을 만든다. 저자도 딴생각 매니아, 나도 딴생각 매니아.

< 내 마음을 움직이는 글 >

「기억은 죽어버린 일들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과거의 사람은 죽어버린 사람입니다.」 - p107

- 나는 과거를 죽었다는 단어를 사용하여 본 적이 없다. 나의 기억 속에 항상 존재한다는 의식이었다. 단절이 아닌 연속선상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죽었다는 생각은 나의 생각 범위 밖에나 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이해할 수가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공항은 그림자들의 보관소일 수도 있겠다. 나는 내 그림자를 여기에 두고 비행기에 올라타는 것이다. 홀가분해진 채 떠나지만, 그림자를 되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돌아와야 한다.」 - p142

-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항상 휴가의 기한이 일주일을 넘지 못하였다. 떠나기도 전에 어떻게 돌아오는 항공 편의 시간을 맞추어야 할지를 염두에 둔다. 그래서 늘 마지막 날에는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작가의 글처럼 그림자를 되찾는 느낌을 이해한다. 내일의 어지러움 속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


필사 에세이다 보니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은 당연히 필사 글에 해당이 된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쓰다 보니 글이 마음속에 잘 들어온다.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 필사 부분을 먼저 읽고 독서를 하니 집중도가 올라가는 개인적인 꿀팁이었다.

< 잡생각 >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독서를 하는데 발동이 더디게 걸린다. 거기에 더해서 따옴표나 마침표가 쓰여 있는 글의 방식이 기존과 무척이나 다르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던 것이 독서의 속도가 느리게 한 원인이었다. 이 책은 100페이지를 넘기면서 읽기가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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