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이 50세가 넘은 이때 늦바람이 났다.
젊어서 난 바람보다 늦게 난 바람이 주체가 불가하다는 말이 있다. 작년부터 우연한 계기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이왕 책을 읽는 김에 좋은 글도 쓰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점점 커져만 갔다. 늦은 글쓰기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은 인생을 사는 동안 많이도 깨달았다. 습관은 고치기가 쉽지 않듯이 잡스러운 일들로 가득한 일상이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은 까칠하기만 하다. 글쓰기가 몸에 쉽게 배지는 않는다.
해결 방법을 찾던 중에 좋은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골랐다.
“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쓰는 글 습관”
50만 부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 쓰는 법을 정리한 일목요연한 문장, 읽는 이에게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은 4가지 장으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는 '사로잡다'로 읽고 싶은 자극적인 방법을 강조하였고, 두 번째 장은 '이어가다'로 멈추지 않고 계속 읽게 하는 여러 기술을 나열하였다. 세 번째 장은 '전환하다'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중반 이후에는 새로운 굴곡이 있어야 글에 긴장감이 생겨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장은 '끝맺다'로써 기분 좋은 마무리로 독자를 납득시키는 기술로 구성되었다.
좋은 글
"2인칭은 거리를 좁힌다. 3인칭은 거리를 둔다."
편지를 쓸 경우 나와 너와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게 된다. 아무래도 친한 사람에게 글을 쓰기는 심리적 장벽이 낮기 마련이다. 그렇듯이 글쓰기를 이인칭으로 쓴다면 훨씬 더 정감이 가고 글을 읽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갈 가능성은 커진다. 반면에 삼인칭 시점의 서술은 딱딱해 보인다. 그래서 사회파 소설이나 스파이 소설 중에 삼인칭 서술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다수 독자는 읽는 행위에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있다."
과거 내가 책을 담쌓고 지내고 있다가 처음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진과 관련된 책에는 글이 반, 사진이 반이었다. 그래서 읽는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적었다. 그 당시 의도적으로 글이 많은 책은 배제를 하였다. 그것이 지금 그나마 책을 자주 읽게 된 것에 대한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기특한 생각이었다고 회상한다. 이 책에서는 글은 부담이 적은 문장이어야 한다고 한다. 초등학생이 읽을 수 있는 문장에 가깝게 쓰자는 것이다. 지금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황이란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의 상당수가 신체적으로 독서를 하기에 불편한, 근시나, 안구건조증, 장시간 책을 읽기에 불편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해할 것이다.
" 긴 문장이 읽히려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정보가 필요하다."
보통 책이 얇을 경우 200페이지, 두꺼울 경우 300페이지 전후이다. 읽는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기차가 긴 터널을 지나가는 장면과도 같을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이 어디를 지나가고 있는지를 목차를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렇다면 지은이가 책 속에 이정표를 만들어 준다면 독자는 보다 쉽게 이야기를 정리할 여유가 생기고, 그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베스트셀러로 가는 열쇠이기도 하다.
" 자세하게 쓰는 건 어렵지 않다. 완벽하게 정리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본 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쓰면 된다."
과거 일본 문학 책을 읽었던 글이 생각났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수필 '피아노'라는 글은 딱 두 페이지 정도의 글인데 너무 리얼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문장을 잘 대변한 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을 다시 읽고 난 후 인쇄를 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시간이 나면 읽고자 하였다. 자기만의 좋은 글을 곁에 두고 눈을 감고 읽을 수 있을 정도라면 좋은 글을 쓰는 거름이 되리라고 생각나는 순간이다.
나의 글쓰기 선생
이 책은 내가 글을 쓴 것에 대하여 이건 이렇게 쓰는 게 좋고, 저건 저렇고 충고를 해주는 글쓰기 멘토가 옆에서 자리하고 앉아 내 글을 째려보고 있는 느낌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책상의 모서리에 두고 있어도 든든해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