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걸었습니다 - 굽이지고 흔들리는 인생길에서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박대영 지음 / 이새 / 2023년 4월
평점 :
절판




<지은이>

박대영은 SBS에서 30년째 방송기자로 재직. 지은 책으로 도보여행 인문 에세이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있다.


<책을 읽고>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문구

"꽃들은 인간사의 전염병이 갈라놓은

그 이별의 시간이 안타까웠던 양,

오랜만에 주인과 해후한 강아지처럼

제 몸을 흔들며 어리광이 넘쳐난다."

책을 읽는 동안 알베르 까뮈<시지프스 신화>, 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 등 명작의 글이 산에 오르는 사람과 중첩이 되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들판에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책의 곳곳에서 야리야리한 글들이 눈에 쏘옥 들어온다. 마음에 커피가 스며들 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별하고, 색다른 단어의 발견

"저 혼자 달떠 있는 순박한 처자의 모습이었다" , "설악산에서도 고갱이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계절이 가을로 이울면 햇빛도" "생에 애면글면 구차하지도 않고" 등등 자주 보지 못한 단어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가끔 사전을 찾아보는 잠시의 여유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행복보다 자유를

올리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의 야만인 존은 우연히 유토피아에 초대되지만 통제받으며 조작된 행복에 길들여진 모습에 의문을 가지고 디스토피아로 생각한다. 행복과 안정보다 자유를 더 중시하고, 설사 불행하더라도.

도시의 안락함에 취해 안주하면 또 다른 세상을 볼 기회가 사라진다. 자유롭게 산을 오를 때 고통이 따르지만 그 선을 넘으면 삶의 새로운 눈이 띄어질 것이다.

외롭고, 힘든 길

"나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잃는 것"

산을 오르는 길은 외롭고 지루한 길이다.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지만 나약한 자기 자신과 다툼의 시간이기도 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빠졌던 생각을 벗어나 나의 밖에서 생각하며 모든 것을 안고 가기보다는 마음속에서 내려둘 수 있는 무거운 짐들은 과감히 강물에 떠나보냄으로 다시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를 새롭게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자작을 꿈꾸다

책 속에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죽파리 자작나무 숲.

검마산 깊숙한 곳에 약 30ha에 이르는 면적에 12만 그루의 자작나무 군락지였다니 대단하다. 예전에 자작나무 숲이 좋아서 인제군에 몇 번 갔었지만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니 너무나 가고 싶어서 마음이 동동거린다.

자작은 서로가 간섭하지 않을 거리를 두고 자라다 자신의 키를 넘어서면 미련 없이 땅을 넘기고 사라진다. 나무의 수령도 딱 100년 전후로 살아 생에 애면글면 구차하지도 않고 자라는 동안 줄기의 아래쪽 가지는 스스로 떨구어 성장에 꼭 필요한 잎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작은 신사의 나무라 한다.

세속에 찌들려 맑은 얼굴의 웃음은 점점 사라지고, 마음은 검게 물들어 버린 나를 발견할 때 나는 동네의 양아치인지도 모른다. 자작의 삶과는 대조적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고, 살아가는 생각의 관대함으로 마음속의 일부 공간을 여유로 남겨두고픈 마음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산속의 신사, 자작처럼 도시의 자작, 도시의 신사를 꿈꾸어 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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