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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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미아우는 악몽을 모으는 이야기 수집가.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인 <크리스마스까지 100일>을 출간. '2021 컴투스 글로벌 콘텐츠문학상'에 <당신의 꽃>이, 제1회 '창작의 날씨 서치-라이트 공모전'에 <나는 살해당할 것이다>가 당선. <낭패>로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


<책을 읽고>

나는 예전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글을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글재주가 없어서 몇 글자로 미적거리다 말았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생각을 하였던 그런 이야기로 전개가 되다 보니 무척이나 깊이 독서에 빠졌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우물에 빠진 개구리처럼 그곳을 해어 나오지 못하였다.

팽례가 되다

주인공 재겸은 10여 년 전에 개성상단의 단주를 죽였다는 누명을 벗기 위해서 증인인 행수를 찾고 있었다. 투전판에서 보았다는 소문에 그는 투전판을 돌아다니다 타고난 눈썰미로, 의서를 섭렵하면서부터 투전의 고수가 되었다.

투전판의 소문이 정약용의 귀에 들었다. 의뢰를 받은 살인사건을 해결한 재겸은 그 뒤에 정조의 팽례(비밀편지를 나르는 임무)가 된다.

심환지의 본심을 알고자 여러 차례 서찰을 전달하면서 그의 관찰하였지만 오른쪽 얼굴이 안면마비가 있었던 탓에 어려움도 겪는다. 서로의 본심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자 살얼음을 걷는 듯 대화를 나눈다. 능구렁이 같은 심환지는 그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느낌이 글을 읽을수록 강했다. 그러니 정조와 대립하면서 정치를 이어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심환지의 본심을 알았지만 정조는 심환지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던 결심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정조는 조금씩 병환이 깊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적이 너무 많은 탓에 궁궐에도 반역자가 있는 듯하였다. 마치 독약이 첨가된 음식으로 조금씩 몸이 상해 가는 그런 과정처럼 병은 깊어가다 어느 날 재겸을 부른다. 몸과 마음이 흔들리는 중에 서신을 재겸의 손에 쥐여준다. 정조는 재겸이 팽례로 확인한 심환지가 두 마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중용한 것을 후회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정조의 훙(임금의 죽음)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심환지는 신하로는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오르고 임금을 이긴 신하가 되었다.

승자가 없는 역사

심환지는 나라의 임금을 죽게 하였고, 임금과 마지막으로 대면한 재겸에게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왔지만 재겸은 입을 닫았고, 그 이유로 두 눈을 뺏겼다. 며칠 동안 생사를 넘나들다 겨우 살아남았다.

심환지는 영의정에 오른 뒤 정조의 모든 것을 지워갔다. 문득 요즘 뉴스에 나오는 정치와 판박이 된 느낌이 들었다. 정순황후를 등에 업은 벽파의 우두머리 영의정인 심환지를 끌어내릴 방법은 세자빈의 아비인 시파 김조순에게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겸은 두 눈과 바꾼 정조의 서찰을 가지고 김조순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역사소설 or 심리소설

소설이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뼈대가 되었기에 큰 그림 속에 주인공 재겸이 팽례의 역할로 끼어들어 당시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였다. 특히 얼굴의 표정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지루함이 없이 알려고 하는 자와 숨기려는 자 간의 대립하는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한 심리묘사는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하겠다. 그리고 다음 작품으로 조선통신사에 관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니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공통점에 마음이 흐뭇하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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