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갑분씨는
늙은 나도 비행기를 태워줄지 걱정을 하였고,
시내버스와 다르게 굼뜬 비행기에 심각한 고민을 하였고,
하늘에서 비행기의 속도감을 느끼지 못해서 서있다고 근심하다가 마침내 조종사가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해해 주는 사려 깊은 고객이었다.
갑순씨는 최악의 악의 악의 악조건이더라도 모든 것이 괜찮다고 하였다. 늙고 의지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는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는 것을 잘 이해하는 현명한 어머니이고, 할머니였다.
"집 빌리기 힘들면 차에서 자면 돼."라는 충격적인 노숙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마치 대본은 손녀, 영상은 딸, 그리고 연기는 할머니로 하는 코믹 드라마를 상상하게끔 하는 글이다.
갑분씨의 지팡이로 차에서 내리고 뒤를 따라 함께하는 딸과 손녀의 모습은 제주의 어느 호텔 대표를 감동하게 하는 근본이 되어서 숙박 등급이 높은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나는 호텔 대표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30년 정도 전에 회사의 교육으로 간 제주도의 일정 중에는 여미지 식물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거기서 3대의 가족이 다정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는 모습에 너무 감동을 하였다. 나는 우리 가족도 저런 날이 왔으면 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고 있다.
여러 장소를 공유하고자 하는 가족의 마음은 이곳저곳 계속되었고, 갑순씨는 떨리는 다리를 지팡이로 다잡고 마치 마음은 청춘이라 생각하면서 계속되었다. 커피도 마시고, 소문난 식당도 다니면서 젊은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였다.
갑분씨에게도 치매라는 고약한 녀석이 다가왔다. 가족을 몰라볼까 걱정을 하였지만 그녀는 의외로 가족의 일부 영역은 침범하지 못하여서 한편으로 안심하였지만 그녀는 믿는 사람의 발등을 찍기도 하였다. 자식의 생일을 챙긴 적이 없던 그녀가 맞지 않는 재숙씨의 생일상을 차린 것은 일생의 짐이라고 지영씨는 심도 있게 재해석을 하였다.
읽는 동안 웃기는 글이 있으면 밑줄을 긋기 시작하였는데, 짧은 글이 담긴 책이지만 밑줄을 긋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 페이지 수는 적지만 속이 꽉 찬 양배추처럼 감동은 무게로 대변이 되었다.
인생은 끝이 죽음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인생은 마치 길과 같다고 생각한다. 길은 끝이 없다. 돌아서 다른 길로 가다 보면 영원한 길이 되는 것이다. 갑분씨의 인생도 영면한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다음 인생도 아름다울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