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대학교 면접에서 본 최인훈 작가는 큰 코에 큰 귀, 두툼한 입술을 한 <영화특선>의 외화 주인공처럼 닮았다. 스승인 최인훈을 처음 본 저자의 기억 속 모습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마치 사건의 증거를 확인하듯이 문학 수업에 대한 이론과 당시의 상황을 적절하게 끼워 넣어 서술한다. 깊이 있는 이론에 머리 아파할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 당시의 굵직한 사건을 넣어 이론에 경직된 두뇌를 마사지하듯이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리고 다시 리듬을 타 스승과의 이야기 봇짐을 풀어간다.
그는 스승의 모든 것을 수용하였다.
제자의 헌신적인 모습에, 스승의 마음에 부합하는 학문의 발전을 보면서 스승은 기뻐하였다. 또한, 스승인 최인훈도 저자에게 "내 DNA, 정신의 DNA를 받은 제자를 두어서 행복하다. 자네가 내 DNA 복제자다"라고 하였으니 최인훈 학파의 정통성이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스승이 걸었던 길을 걸으면서 그의 말에 성장하는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인훈 교수의 퇴임식에서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지하철 역무원이 시집을 출간했다고,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많았다. 그런 인생이 가장 훌륭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를 말하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말하였다.
이 책에서 소설가는 남의 꿈을 꿔주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요즘 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이것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마도 무엇에 대한 글을 써 보고 싶은 것에 대한 마음속 깊이 내재한 것의 표현이라 생각이 든다. 나의 꿈을 기록하다 보면 누군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심오한 이론을 담은 글을 기록하지 못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계기가 된 이 책에 마음이 흡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