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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느린 걸음
김병훈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저자 김병훈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사진과와 경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내겐 슬픈 것들’, ‘까만 바다의 향기’,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느린 걸음’ 등 출간하였다.
사진은 기계의 힘을 빌려 빛으로 만든 그림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찰나의 연속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것을 머릿속으로 기억하기에는 우리의 머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에 자주 분실되는 경우가 생긴다.
무뎌진 생활에 잊기 일쑤다. 그래서 사람들은 잊히지 않게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일기 쓰는 습관이 글쓰기에 좋듯 사진도 인생을 쓰기에 그러하다.
저자는 특별한 하루의 기록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칼라 사진은 다양한 색상을 인식하면서 시각적 효과로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있는 반면 흑백사진은 색의 농담을 보니 사진의 깊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日常

마을의 길에서, 자주 가는 곳에서, 지금은 없어진 공간에서 의미 있는 순간들이 모여서 책의 한 단락이 되었다.
혜화동 어느 골목집 담벼락 위에 라일락이 만개하다. 그 길에서 헤어진 그녀를 생각하는 그와 나의 기억이 겹치면서 그가 느꼈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마치 내가 예전에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回想
"산을 닮은 할머니, 할머니를 닮은 어머니, 어머니를 닮은 나.
재작년 봄 그리고 화창했던 봄날, 할머니는 새가 되셨을 거라 말씀해 주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나 다시 오래된 수첩에 적은 할머니 기일을 확인해 본다.
또다시 봄이, 산새 지저귀는 새봄이 주변을 휘감아 눈동자 가득 푸른빛 물들이겠지···."
가끔은, 느린 걸음 / 외할머니와 반장리

참 가슴에 와닿는 글이다. 요즘은 핵가족화되었지만 예전에는 3대가 같이 사는 가족이 태반이었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골이지만 가족에 대한 정이 애틋하다. 눈을 감으면서 상상해 본다. 나의 기억 속에도 먼 이별을 겪은 기억이 있어 한동안 시선이 고정이 된다.
夏雨
"비 오는 날, 비를 피해 들어선 카페 창 앞에서 나를 따라 들어온 비와 함께"
가끔은, 느린 걸음 / 아주 두꺼운 창으로 비 보기

때마침 이 책을 읽은 날이 7월의 중순 비가 내리는 주중에 비와 함께 글을 읽는다. 거기에 커피를 더해서
비로 인하여 감성적인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비를 맞으며 걷고 싶을 때, 빗소리에 눈의 초점이 흐려질 때, 빗소리를 들으면서 캠핑하고 싶을 때. 비는 그렇게 우리와 함께 손바닥을 마주친다.
旅行 & 느림
"겨울 바다로 간다. 사람들은 왜 겨울 바다로 떠나고 싶어 할까?"
가끔은, 느린 걸음 / 겨울, 따스한 모래 위를 걷다

새벽 바다를 거닐고, 따스한 모래의 온기를 느끼며, 조용한 간이역에서의 순간들에서 그의 작품들은 글로 표현되지 않은 무엇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한참을 보면 보인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두세 번은 보아야 한다.
추천하는 글
흑백의 사진은 참 어렵다. 밋밋한 사진이 되기 쉽다. 구성이나 찰나의 특별함이 없으면 그렇다. 그래서 흑백 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하는 작업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흑백 사진의 매력을 알았다. 그리고 용기가 생겼다. 먹의 농담으로 그린 수묵화에 길들여진 우리 민족의 정서를 흑백 사진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그래서 흑백 사진으로 만드는 작업을 권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