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보호 구역 작은거인 64
임수경 지음, 에이리 그림 / 국민서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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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마음 보호 구역>을 읽었다. 아이는 상아를 안쓰러워하기보다 답답해했다. 사촌 나희가 무례한 말을 하고, 상아를 깎아내리고, 부당한 요구를 하는데도 왜 계속 참고만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어른의 눈으로 읽어도 상아의 모습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늘 눈치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살핀다. 하지만 세상에는 상아 같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강한 아이보다 오히려 착한 아이들이 관계 속에서 더 쉽게 상처받는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큰 만큼 자신의 마음은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며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나를 낮추는 말에 굳이 동조할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기보다 내 생각과 내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니 말이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착한 친구가 성장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상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처음의 상아는 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미디어 헌터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의 장점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의 인정이 사람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고, 같은 맥락에서 나 또한 아이의 장점을 크게 보고 인정해 줘야 아이가 세상에 나가 단단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상아가 가짜 뉴스 사건을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예전의 상아였다면 억울해도 참고 넘어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성장한 상아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직접 움직인다. 증거를 찾고, 사실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 지켜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로 선택한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소재도 자연스럽게 다룬다. 아이들은 매일 유튜브와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모두 진실은 아니다. 책 속 미디어 헌터 활동은 사실을 확인하고, 근거를 찾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독자들은 상아와 함께 사건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팩트 체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 가장 큰 배움은 미디어 리터러시보다도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아닐까 싶다. 착한 사람이 되는 것과 참고만 있는 사람은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까지 내어줄 필요는 없다는 것! 나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용기 있게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 말이다.

우리 아이는 상아의 모습이 답답했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그 답답함 덕분에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왜 상아는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제목의 의미도 다시 보였다. 마음 보호 구역은 누군가 만들어 주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간 아닐까. 나를 믿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부당한 관계 앞에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단단한 마음의 보호 구역이 생길 것이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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