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뮈엘의 일기 - 2026 볼로냐 라가치상 COMICS - Middle Grade 부문 대상 수상작 길벗어린이 문학
에밀리 트롱슈 지음, 이재원 옮김 / 길벗어린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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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의 일기>는 마음이 어떻게 기록으로 흘러가는지 보여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의 소년이 그 시기를 그대로 펼쳐 보이는 방식에 가깝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사뮈엘'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독서에 가깝게 느껴졌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두께였다. 꽤 묵직해 보였는데 몇 장 넘겨 보면 두꺼움에 대한 부담감은 금세 사라진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움직인다. 문장은 짧고 솔직하며 그림은 감정을 대신 말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읽는다기보다 따라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달까.

사뮈엘은 자신의 하루를 일기에 적는다. 하지만 이 일기는 정리된 기록이 아니다. 하고 싶지 않았던 말, 괜히 신경 쓰였던 장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그대로 흘러 들어가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사뮈엘이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확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감정도, 질투도, 속상함도 애써 부정해 보다가 다시 끌어안는다. 그 망설임 자체가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마음 속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뮈엘은 어른이 보기에 바람직한 선택만 하지 않는다. 친구를 질투하고, 라이벌을 미워하고,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그 감정을 교정하거나 옳은 감정 혹은 옳지 않은 감정으로 구분짓지 않는다. 대신 그런 마음이 생겨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초등 고학년 독자에게 이 방식은 자신의 감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우정과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인상 깊다. 사뮈엘과 친구들은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옆에 남아 있다. 위로의 말 대신 엉뚱한 행동을 하고 진지해질 것 같으면 장난으로 흘려보낸다. 그 어색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이들은 이 장면들을 통해 ‘잘 말하지 못해도 관계는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하게 해준다고 느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형식에 있는데,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다. 특히 페이지 하단에 이어지는 사뮈엘의 작은 전신 그림은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어릴 적 교과서 귀퉁이에 끄적이던 낙서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였다.

<사뮈엘의 일기>는 재밌지만 가볍지 않고, 솔직하지만 과장되지 않다. 여러 의미를 제쳐두고라도 그냥 읽는 재미만으로도 크게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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