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꽃신 타고 시간 여행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2
지숙희 지음, 신은혜 그림 / 고래책빵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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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꽃신 타고 시간 여행>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이미 익숙해진 ‘명품’이라는 개념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아 그 기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질문을 던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브랜드와 가격이 가치의 전부처럼 여겨지는 환경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의 초반은 현대를 배경으로 빠르게 전개된다. 주인공 해랑은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비 문화와 그 안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이다. 꽃신 장인 아버지의 딸이라는 설정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하며 전통과 현대, 정성과 소비라는 대비를 분명하게 만든다. 이 대비는 설명으로 주어지기보다 사건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독자는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조선 시대로 이동한 이후 펼쳐지는 꽃신 대결은 긴장감 있게 구성되며, 경쟁의 양상이 점차 과열되는 과정에서 ‘명품’이라는 말이 지닌 왜곡된 의미가 두드러진다. 이 부분은 이야기에 속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소비와 욕망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강점은 교훈을 앞세우지 않는 서사 방식에 있다. 정성과 노력이 담긴 물건의 가치를 직접 말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결론에 이르게 한다. 초등학생 독자는 해랑의 시선을 따라가며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치 판단 능력과 비판적 사고가 함께 자라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노동과 장인 정신에 대한 묘사다. 꽃신을 만드는 과정과 그에 담긴 시간과 수고는 과장되지 않게 그려지지만 그 무게감은 충분히 전달된다. 이는 결과만 소비하는 데 익숙한 아이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물건 하나에도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인식은 공감 능력과 책임감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K-꽃신 타고 시간 여행>을 읽은 아이는 화려함과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 것 같다. 또한 자신이 선택하는 물건과 행동이 어떤 기준에서 비롯되는지 돌아보는 것 같았다. 이는 소비 습관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태도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는 사고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명품을 비판하기 위해 쓰인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와 가치의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해 쓰인 이야기인 것 같다. 즐겁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초등 고학년 시기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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