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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탐정 로빈 1 - 버려진 별장의 비밀 ㅣ 수염 탐정 로빈 1
로빈 원작, 안도감 지음, 정수영 그림 / 대원키즈 / 2025년 11월
평점 :

<수염 탐정 로빈 1 : 버려진 별장의 비밀>은 아이가 먼저 반가워한 책이다. 나는 유튜버 로빈을 잘 알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친숙하게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아이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크리에이터라 하니, 주인공에 대한 호감만으로도 책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유명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미스터리 추리 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긴장감과 흡입력을 어린 독자에게 딱 맞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야기는 한때 세계적으로 유명한 탐정이었던 로빈이 ‘사기꾼 탐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활동을 접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중 탐정 사무소로 ‘버려진 별장의 비밀을 밝혀 달라’는 의문의 메일이 도착하면서 다시 모험이 펼쳐진다. 별장은 폐허처럼 외딴곳에 있고, 그 안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흔적과 기묘한 상황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긴장이 쌓였다. 그러나 분위기만큼은 무겁지 않아서, 추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긴장감이었다.
만화 형식이라는 점도 아이에게 큰 장점이었다. 글밥이 지나치게 많지 않아 초등 저학년부터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그림이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 줘서 몰입도가 높았다. 화면 구성이 깔끔하고 캐릭터의 표정 연출이 풍부해 사건의 분위기뿐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추리 장면에서는 단서를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 이야기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글만 있는 추리물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추리물 입문서’로도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로빈이 가진 ‘이상 현상 공명 능력’이라는 설정이었다. 단순히 사건을 관찰하는 탐정이 아니라 이상한 현상이나 사물의 흔적과 공명해 단서를 읽어내는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이 판타지 요소를 더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 능력이 어떻게 활용되며 앞으로 어떤 사건에서 어떻게 확장될지 역시 후속 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버려진 별장 사건의 결말은 완전히 닫힌 형태라기보다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여지를 남기며 마무리된다. 특히 탐정 사무소의 기록이 유튜브 영상으로 누군가에 의해 업로드되는 장면은 '도대체 누가, 왜?'라는 새로운 의문을 던지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한 권의 책에서 모든 결말을 닫기보다 시리즈를 이어 가며 탐정 팀의 관계, 능력, 사건들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시리즈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장면이나 자극적인 구성은 거의 없어서, 추리물은 좋아하지만 긴장감이 너무 높으면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적절하다. 대신 적당한 호기심과 모험 요소가 잘 섞여 있어서, 어린 독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아이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수염 탐정 로빈 1>은 캐릭터의 친숙함, 만화 형식의 가독성, 적절한 수준의 추리와 판타지 요소를 가진 균형 잡힌 작품이었다. 아이에게는 로빈이라는 익숙한 인물과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 덕분에 재미있는 모험이 되고, 부모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고력을 자극하는 안전한 추리물이 되어 준다. 무엇보다,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다음 편은 언제 나와?”라는 자연스러운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었다.
추리물에 처음 입문하는 아이들도, 로빈을 이미 좋아하는 아이들도 모두 만족할 만한 책이었다. 앞으로 로빈 탐정 사무소가 어떤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게 될지 기대하며, 시리즈 다음 권을 기다리게 되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