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먼저 읽고 나서 “왜 이렇게까지 소문이 커지지?” 하고 답답해하던 그 마음이 이해될 만큼, <톡 : 소문 말고 진실>은 지금 아이들의 디지털 일상을 그대로 비춰 주는 책이다. 전체 구성이 실제 톡 화면처럼 이루어져 있어서 줄글보다 단숨에 몰입되고 사건의 흐름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다. 정말 참신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톡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니! 스마트폰으로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한 방식이라서인지 책을 몇 장 넘기자마자 단톡방의 대화 속에 바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이의 휴대폰을 잠깐 빌려서 톡 방을 훑어보는 듯한 현실감이 있었다고 할까.
책의 중심에는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소문이 만들어지고 퍼지고 확대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민지와 로희의 이야기가 있다. 독후감 대회 대상이라는 기쁜 소식 뒤에 숨어 있던 민지의 불안, 엄마에 관한 기사로 마음이 복잡해진 민지가 친구에게까지 마음을 닫게 되는 순간들, 그리고 단톡 방에서 퍼진 근거 없는 말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답답하고 억울했다. (그만큼 현실성이 느껴졌다는 의미겠지.) 아이들은 장난처럼 던진 말일지라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반응하면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어느새 한 아이를 향한 공격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특히 톡이라는 형식이 사건의 진실을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는 바로 답장을 보내지만, 어떤 톡은 읽고도 답하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시간을 두고 고민 끝에 보낸 한 줄의 문장, 짤막한 이모티콘 하나가 인물의 감정선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줄글이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작은 감정의 단면들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음악 재생 목록, 검색 기록, 프로필 화면 역시 등장인물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장치로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소문은 근거 없이도 얼마나 쉽게 퍼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소문을 전달하는 태도와 방식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가’였다. 누군가의 말을 확인 없이 옮기고, 대화의 분위기에 휩쓸려 장단을 맞추고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방관자로서 문제를 키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이야기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과 디지털 환경 속 고민들이 떠올랐다.
반대로, 민지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진실로 향하는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의 말에 휩쓸리기보다, 확인하고 기다리고 상대의 입장을 상상해 보는 태도가 왜 필요한지 또렷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답답함을 느꼈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현실적이고 또래의 감정선이 정확하게 담겨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톡 : 소문 말고 진실>은 디지털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고 있는 관계의 어려움과 소문, 감정의 파장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톡방 속 짧은 문장들이 모여 만들어낸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의 무게를 아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톡도 간편하고 좋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을 전달하는 과정이 누적되어야 오해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SNS와 메신저가 일상이 된 시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고 난 뒤 디지털 리터러시, 소문을 다루는 태도, 친구 관계 속에서의 용기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거리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문 말고, 진실”이라는 제목처럼 근거가 불명확한 뜬소문이 아닌 진실을 가려보는 게 인간관계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