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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표 ㅣ 북멘토 가치동화 71
니시무라 유리 지음, 오바 겐야 그림, 김정화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 보면 '이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책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사라진 시간표>를 읽으며 나는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표가 사라진다’는 설정이 흥미롭게 느껴졌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것이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하다. 아이들이 매주 받아 보는 주간 계획표에 먹물이 쏟아지는 사건이다. 얼룩진 종이를 받은 아이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곧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시간표에서 먹물로 지워진 과목이 실제 수업에서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체육이 싫던 아이에게는 체육시간이, 수학을 어려워하던 아이에게는 수학 시간이 사라지는 식이다. 처음엔 신기하고 즐거운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결국 한 아이의 일정 전체가 지워지는 순간 이야기는 긴장감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사라지는 수업은 결국 아이들의 일상과 관계를 흔든다. 특히 친구 스미레의 사건은 ‘무언가가 없어지는 것’이 단순한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큰 위험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먹물 사건을 둘러싼 전설과 묘법사의 등장이었다. 단순한 학교 괴담처럼 시작되지만 이야기는 점점 아이들을 선택과 책임의 자리로 이끌어 간다. 원하지 않는 것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품지만 정말로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국 중요한 건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마주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곱씹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 사이의 관계 변화였다. 먹물 사건으로 인해 친구들이 혼란을 겪고 갈등도 생기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서로를 돕고 힘을 모으는 장면이 펼쳐진다. 스미레를 걱정하며 함께 방법을 찾는 모습은 어린 독자들에게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전해 준다. 단순히 재미있는 미스터리 동화가 아니라, 친구와의 우정과 공동체 속에서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성장 동화이기도 했다.
책 속 삽화의 변화도 눈길을 끌었다. 사건이 심각해질수록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문제가 해결되면서 컬러가 돌아오는 연출은 이야기의 긴장감과 분위기를 잘 살려 주었다. 작은 디테일이지만 아이 독자들이 훨씬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장치였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북멘토에서 출간된 <사라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나는 평소에도 북멘토의 가치 동화 시리즈를 좋아한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난 뒤 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사라진 시간표> 역시 같은 결을 지니고 있었다. 판타지와 미스터리라는 외적인 틀 속에서 결국은 일상과 책임, 우정과 공동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묻는 작품이었다.
<사라진 시간표>는 단순히 신기한 사건으로 시작해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즐거움을 선물하면서도, 동시에 책임과 선택, 우정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미스터리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모든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 북멘토의 가치 동화 시리즈답게, 읽고 난 뒤 아이 스스로 많은 것을 되새길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